천국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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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 승인 2003.03.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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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지드 마지디
주연 아미르 파로크 하세미안, 바하레 사디키

99년에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몬트리올 영화제 3개 부분을 석권한 '천국의 아이들'이 국내에 개봉된 시기는 올해 3월이었다. 비주류에 속하는 제3국의 영화가 개봉관 잡기 어려운 탓에, 뒤늦게 나마 간판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란 영화는 엄격한 소재 제한과 검열을 피하기 위해 어린이를 자주 등장시킨다.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혼동하기 쉬운 연출법은 이란영화가 자주 사용하는 전통이자 특징이다.

몇 년 전 소개됐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기억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천국의 아이들'도 연기경험 없는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을 사실적인 화면에 담았다.

화려한 그래픽과, 첨단장비가 피 튀기도록 빠르게 전개되는 긴장감과 사뭇 다르다. 다섯 식구가 한칸방에 사는 궁색한 살림살이, 학교에 가나 집에 가나 옷 한번 갈아입지 않는 주인공 아이, 쓰레기를 사고 파는 고물상아저씨 등의 모습에서 현실냄새가 진하다. 더불어 감독에 의해 세심하게 포착된 아이들의 동심에 편안한 이완감을 느낀다.

집안 일을 돕기 위해 장을 보러간 알리는 야채가게에서 동생 자라의 구두를 잃어버린다. 집세가 밀려있는 집안형편을 생각한 알리는 자라에게 당분간 자신의 운동화를 같이 신자고 제안한다. 오전반인 자라가 수업이 끝나자 마자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는 알리에게 운동화를 주고, 알리는 힘껏 달려 오후반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알리는 지각이 잦아지고, 자라도 커다랗고 냄새나는 오빠의 운동화가 맘에 들지 않는다. 어느날 교정에서 자라는 자신의 구두를 신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오빠와 함께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맹인 아버지와 함께 자신들보다 어렵게 사는 아이를 보고는 눈물이 그렁한 채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다.

전국 초등학생의 마라톤대회에서 3등상품으로 운동화를 준다고 하자, 알리는 자라를 위해 꼭 3등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출전을 하게 된다.

1997년 작, 88분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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