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봉인(스웨덴 .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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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봉인(스웨덴 . 1957)
  • 승인 2003.03.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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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근원적 물음에 대한 고뇌

지구 한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와 복수전이 전 인류에게 전쟁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한때 인터넷에서 쌍둥이 빌딩의 폭발사건을 암시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이 삽시간에 퍼졌지만, 결국 한 대학생의 장난임이 밝혀져 그야말로 ‘소동’으로 그친 적이 있었다.

문명의 발달과 상관없이 위기에 닥친 인간들은 초자연적 존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전 인류가 풀지 못한 근원적 문제 ‘존재의 목적’이 거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7의 봉인’은 이런 근원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흑백 영상에 담아 ‘예술영화’로 평가되는 명작 중 하나이다.

제목은 성경에서 종말을 상징하는 7개의 봉인 중 마지막 봉인을 나타낸다. 따라서 기독교적 신앙에 대한 고뇌를 그리고 있다.

제목이 나타내듯 영화는 마지막에 봉착한 인류를 상징하기도 한다. 전쟁과 폭력, 페스트로 점철된 사회는 아노미 상황에 접어들고, 인간은 나약하고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 살인, 사기 등 온갖 범죄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더한다. 종교가 ‘신’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횡포와 마녀사냥 등으로 인해 세상은 세기말적 광기를 나타낸다.

이 때 기사 ‘블록’은 절망적 세상을 구원해줄 신을 갈망하게 된다.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블록이 얻을 수 있는 답변은 ‘신은 침묵과 다르지 않다’이고, ‘그렇다면 침묵하는 신의 세상에서 인간에게 희망은 있는가’라는 고뇌에 이르기까지 원론적인 신앙의 물음이 이어진다.

십자군 전쟁에 인생을 허비한 기사 블록은 귀향길에 죽음의 사자를 만난다. 블록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죽음의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죽음의 사자에게 체스게임을 제안한다. 고통과 절망이 가득한 세상에서 블록은 신을 찾으려는 바램과, 침묵으로 응답하는 신은 부재할 지도 모른다는 의심사이를 방황하며 죽음을 향해 간다.

이 오래된 흑백영화의 가치가 바래지지 않는 것은 시간을 넘어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영시간 96분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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