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연장에서 벌어진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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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장에서 벌어진 살인
  • 승인 2003.03.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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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마을-고스포드 파크(2001)


향연장에서 벌어진 살인

엄격한 계급사회 이면에 얼키고 설킨 인간의 욕망과, 거래를 냉담하게 드러낸 로버트 알트먼의 작품. 이 작품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비롯해 뉴욕영화제평론가 감독상, AFI 감독상,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영국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1930년대, 공장을 경영해 부를 축척하고, 결혼으로 작위라는 명예까지 사들인 맥코들 경은 그의 거대한 저택 ‘고스포트 파크’에서 사냥파티를 벌인다.

초청된 이들은 백작부인, 사업가, 전쟁 영웅, 미국 영화제작자와 배우 등 상류층 인사.

그리고 각각 수발을 들기 위해 따라붙은 하인들. 이 수십명의 인간군상들이 동시에 큰 저택에 몰려들지만, 신분으로 분리된 엄격한 계급의 질서와 이에 따른 암묵적 규칙에 의해 화려하고 고상한 파티를 벌인다.

상하로 구분된 귀족과 하인의 구조처럼, 이 저택에서는 공간적으로도 귀족이 쓰는 위층과 하인들의 아래층으로 나뉜다.

윗층 귀족들은 저마다 귀하신 몸들로 고고한 몸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아래층 하인들은 각자 주인의 이름으로 불리며, 주인의 서열에 따라 식탁자리가 결정된다.

아래층에 속한 집단들은 시선을 내리깐 채 조용히 주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수발한다. 분명 연회의 주인공은 이들의 수발을 받으며 즐기는 윗층 사람들이지만, 아래층에서 오고가는 대화에서 그들의 진상을 읽어갈 수 있다.

이 파티의 주인이자, 거대한 돈을 거머쥐고 있는 맥코들 경은 그의 돈을 바라며 친근한 구원을 기다리는 이들 위에 군림하며 대가로 탐욕의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이런 거래로 얽힌 관계는 윗층과 아래층이 충격적으로 얽혀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귀족끼리, 하인끼리, 그리고 귀족과 하인의 관계에서 이 위험한 거래가 오래돼 골이 깊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병적인 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면서 많은 비밀을 만들어 온 맥코들 경이 갑작스럽게 흉기에 찔려 숨지면서 추리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윗층·아랫층의 수십명에 달하는 군상의 캐릭터와 비밀을 빠짐없이 쏟아내며, 이들의 관계를 촘촘히 엮어내는 예리한 연출이 끝끝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오진아 기자

감독 로버트 알트먼
주연 아일린 애킨스, 밥 발라반, 앨런 베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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