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 「물고기 동의보감」 펴낸 양승엽 대구 인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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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 「물고기 동의보감」 펴낸 양승엽 대구 인제한의원 원장
  • 승인 2011.03.24 11: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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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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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의 진정한 가치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다”

2005년경 한 양방의사가 「허준선생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을 출간해 한국 한의학의 근본을 뒤흔든 적이 있다. 이렇듯 일부 편협한 사고를 지닌 이들은 한의학을 타파해야 할 구시대의 미신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양 원장은 모두에게 이렇게 묻고 싶단다. “당신은 한번이라도 「동의보감」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물고기 동의보감」저자  양승엽 원장
   자연원리 바탕으로 쓰여진 「동의보감」

 


26년간 대구에서 인제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양승엽(50) 원장은 얼마 전 25권의 「동의보감」 원전 중 ‘탕액편’ 3권과 ‘천지운기문’을 현대에 맞게 우리말로 재해석한 「물고기 동의보감」을 펴냈다.
“「동의보감」은 그저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책이 아닙니다. 「동의보감」은 400여 년 전 당시 지구의 자전과 태양둘레를 공전하는 운기현상을 토대로 집필됐습니다. 운기현상은 오늘날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에 해당하는 자연과학인 셈이죠. 즉 운기현상은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았고, 이러한 자연원리에 맞게 약초를 구하고 약을 쓰는 법을 정리해 놓은 「동의보감」 역시 현대에 적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동양사상의 핵심이 하늘과 땅의 운행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듯 인간의 질병도 자연의 운행에 맞게 치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당식천지간운기(醫堂識天地間運氣)라는 말이 있듯이 의사는 반드시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치료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원리를 거스르고 단순히 임상적 경험에 따라 탕액을 오·남용 하기 때문에 객관적이어야 할 치료가 주관적이고 비과학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양 원장은 「물고기 동의보감」을 통해 한의학의 기본원리를 밝혀놓은 ‘천지운기문’에 대한 내용과, 이를 적용해 ‘탕액편’에서는 자연법칙에 맞게 약제를 감별하고 탕제하는 법을 재해석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물고기 동의보감」
“10명의 한의사가 십전대보탕을 짓는데 왜 다 다른가요?”
「동의보감」에 수록된 4000여개의 기본 처방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명 처방이 바로 ‘십전대보탕’이다. 하지만 오늘날 「동의보감」을 오용한 결과 약의 치료효능도 떨어지고 결국 싸구려 처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의계가 위기에 몰리게 된 것입니다. 객관화된 데이터베이스(DB)가 없다면 우리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양 원장은 「동의보감」에 기록된 1403종의 약제들을 한 가지씩 코드번호를 매겨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목차표의 총 번호에서 0001번은 탕액 중 제일 먼저 기록되어 있는 약제란 뜻이고 그 옆에 쓰여진 HYC는 양 원장이 번호를 달아 정리했다는 의미로 붙인 용어이다. 한 예로 송이버섯은 0877-(HYC)채부-114 송이-버섯⑦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0877은 1403가지 약제 중 877번째로 기록되어 있다는 의미, (HYC)채부-114는 채부(약으로 쓰이는 채소) 123가지 중에서 114번째로 기록되었다는 뜻이다. 또한 버섯⑦은 버섯류 탕액 중 7번째 기록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코드화 작업은 온라인에서의 검색도 가능케 해, 인제한의원 홈페이지(www. injec.co.kr)에 접속해 ‘채부-’로 검색하면 123가지를 모두 찾을 수 있고, 버섯류에 관한 약이지만 탕액명을 모른다면 ‘-버섯’만 입력해도 관련 약제가 모두 검색된다.
“「물고기 동의보감」은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가령 일반인들이 소나무에서 나오는 약이 좋긴 한데 약 이름도 모르고 효능도 잘 모른다면 ‘소나무’를 검색하기만 하면 돼요. 30가지 정도로 검색된 소나무 관련 약제 중 국문으로 해석된 내용을 읽어가며 독자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죠.”
양 원장은 세계가 인정한 만큼 「동의보감」의 진정한 가치는 일반인들에게도 전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물고기 동의보감」에서는 한문으로 표기된 「동의보감」을 순 우리말로 정리해 쉽게 읽을 수 있고 코드화 작업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한 책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강과 바다를 마음대로 오가는 힘찬 물고기 되길…

“말라가는 웅덩이 속의 죽어가는 물고기는 되기 싫습니다. 말라가는 물 속에서 죽어가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그런 물고기가 아니라, 강과 바다를 마음대로 오가는 힘찬 물고기가 되고 싶다는 뜻으로 「물고기 동의보감」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동의보감」 ‘노채문’에는 다 죽어가는 상황인데도 모르고 있는 노채환자(만성질환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말라가는 웅덩이 속에서도 죽을 것을 모르고 있는 물고기’에 비유한 대목이 있다.
양 원장은 현 한의계의 위기가 죽어가는 물고기와 같은 실정이라며 「물고기 동의보감」을 통해 다시금 「동의보감」과 한의학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며 한의계의 발전에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대구=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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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오수 2011-03-28 00:36:08
객관화된 데이터베이스를 위해 한손 한손 거들어야할텐데 좋은 방법이 제시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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