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 한국한의학연구원 노화연구센터 이미영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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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 한국한의학연구원 노화연구센터 이미영 센터장
  • 승인 2011.08.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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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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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오미(五味)의 효능 수치화로 객관적 증명


한약의 맛, 미각센서 이용해 표준화 연구

 

이미영 한국한의학연구원 노화연구센터 센터장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등 오미(五味)로 나눠 효능을 구분해왔다. 이를테면 열을 내리는 약은 쓰며, 기운을 돋우는 약은 달고, 땀을 내는 약은 맵다는 식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론상 구분한 오미와 실제 맛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또 한 약물이 단순히 한 가지 맛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맛을 지니고 있어, 그동안 한약의 맛과 효능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의 실제 맛을 표준화하고자 ‘미각센서를 이용한 한약 표준화 연구’에 한창인 한국한의학연구원 노화연구센터 이미영 박사를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미각센서를 이용한 한약 표준화 연구’의 의의는?
한약의 맛과 효능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양오행에 기초한 오미의 정의를 현 시대에 맞춰 계량화된 기준으로 재정의 해보고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또 현재 「대한약전」을 보면 한약에 대한 맛 설명 부분에서 “이 약은 약간 특유한 냄새가 있고 맛은 달다”, “맛은 기름과 비슷하며 약간 자극적이다” 등 추상적이며 주관적인 표현들로 정리되어 있는데, 표준화를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이 부분 역시 좀 더 객관적으로 재정리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즉 인간의 미각과 유사한 미각센서를 이용해 맛 기준을 수치화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한 후, 지난해 말부터 미각센서를 이용해 약물의 오미와 실제적인 맛의 상관관계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기존의 관능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적인 입맛에 의해 결과에 차이가 생긴다는 한계가 있지만, 인간의 혀와는 달리 미각센서를 이용하면 오차 없이 일정한 성분에 언제나 정확히 반응한다는 특징과 동일 성분의 물질에 대해서는 항상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장점을 가진다.
따라서 이 연구는 한약 표준화의 한 방편으로 오미의 정의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해 재정의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방법은 어떻게 되는가?
미각센서는 이온선택막을 인공지질막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으로 신맛·짠맛·쓴맛·떫은맛·감칠맛 등 각각의 센서에 맛 물질이 접촉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전위의 변화를 측정하게 된다. 즉 미각센서로 한약의 맛을 분석하는 원리는, 각 맛의 물질들이 센서 내 인공지질막을 통과하면서 전위차가 나타나게 되고 이를 비교해 특정 한약의 고유 미각패턴을 분석함으로써 맛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연구를 통해 한약재가 고유한 미각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가고 있으며, 덧붙여 동일한 한약이라도 원산지 및 채취시기 등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실험했다. 이를테면 더덕의 경우 우리나라의 더덕은 맛과 향이 독특한데 중국산 더덕은 그런 맛과 향이 없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연구에 대한 실제 활용방안은?
한약의 품질기준을 객관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구결과를 응용하면 한약재의 원산지 및 채취시기, 보관방법, 유통기한 등의 기준에 따라 맛과 약효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도 있게 됨으로써 보관기준 및 유효기간 설정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특정 한약이 얼마나 쓰고, 단 맛이 나는지, 또 담담하다는 것은 어떤 맛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는지 등 맛의 정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한약 제조방법을 표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로컬한의원이나 제약회사 등에서도 탕약처방을 할 때 사전에 맛과 효능을 쉽게 검증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한약이 표준화된 제조방법이 없다는 소비자의 인식까지도 개선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가 내년까지인데 남은 연구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실용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한약재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노력하겠다.

-한의학표준화에 대한 고견
수입 한약재가 시중에 유통되며 원산지 판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보더라도 앞으로는 검증된 약재를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덧붙여 약재의 일관된 효과 및 효능, 그리고 일정한 약효유지 등으로 연결됨으로써 한약에 대한 인식개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런 상황 속에서 한약의 표준화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표준화 없이는 한약의 효능이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한약의 표준화가 실질적으로 ‘탁월하다’고 인식되거나 눈에 확연히 보이는 부분은 아니어서 중요성이 부각되지는 않는 것 같아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도 표준화를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초적인 학문에 항상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대전=신은주 기자



이미영 박사 프로필
△68년생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졸
△건국대 생명과학과 석·박사
△2006년 한약사면허 취득
△현 한의학연구원 노인연구센터 센터장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한의생명공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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