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난 일이라고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상태바
다 지난 일이라고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 승인 2011.09.01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창호

한창호

contributor@http://


한창호칼럼

8월 24일 서울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있었고, 결과는 투표율 25.7%로 주민투표가 무산 되었다. 때문에 몇 일 후 서울시장님은 자리를 내 놓았다.

한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생명과 180억 이상의 세금을 들여가며 투표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부모의 소득이 하위 50%면 그들의 자녀인 어린 초등학생들이 무상급식을 받고, 가족 소득이 상위 절반이 넘으면 급식비를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그 마음 출발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뭐 거창하게 보편적 복지나 선택적 복지에 대한 주장의 타당성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말만 바꾸었지 우리 아이들이 소득수준별로 선별적으로 급식비 지원을 받게 된다는 개념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른 시도에서는 이미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무상급식을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차별 대우받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우리도 과거에 그래왔다. 제대로 된 이념논쟁도 아니고, 이 시대착오적인 천박한 이념논쟁을 우리 아이들의 밥그릇을 가지고 어른들이 싸우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이 결정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를 물어보았다면 어땠을까? 옆자리 친구의 부모가 돈이 없으니까 그 아이를 차별해서 공짜로 밥을 주고, 난 돈을 내고 점심을 먹는다? 이게 과연 부모인 어른들이 해야 하는 복지정책이란 말인가?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아닌가.

오늘 아침 우연히 라디오에서 어린이들의 합동 돌잔치이야기를 들었다. 이 어린아이들은 위탁시설에서 대리모에 의해 양육된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돌잔치 이후에는 이제까지 돌보아주던 양육 가정을 떠나야만 하고, 기관시설에서 보육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주 씁쓸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상황이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로 최근 우리정부가 해외입양을 제한하는 바람에 1년 전에 비해 입양이 더 어려워졌고, 거의 20%정도만이 국내 다른 가정에 입양이 되고 80%정도는 만 1세까지 입양이 안 되어 기관에서 보육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무서운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율이 감소하여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한다고 무작정 해외입양을 막아버리고는 국내 입양이 안 되는 상태의 다수의 어린아이들을 무책임하게 그냥 보고만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학생수가 1년 전보다 22만 명이나 감소하였다고 하니 무작정 해외입양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돌(만1세)이 지나면 국내입양도 잘 되지 않는 우리나라 현 상황에서 무작정 이 아이들을 기관보육을 하게 놓아두는 것은 진실로 무책임한 죄악이 아닐까?

복지부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개통한 이후 지난 5월부터 전국의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의 부양의무자에 대한 소득 자산을 확인한 결과 부양의무자들의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3만 3천여 명의 지급을 중단하고, 14만여 명의 급여를 삭감하기로 했다고 8월 17일 밝혔다.

이는 전국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157만여 명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한다. 복지부는 부정수급자와 부적격자 등을 가려내기 위한 조처였다고 밝혔지만, 조사과정에서 현장조사나 사실관계의 확인 없이 자료에만 근거한 조사로 다소 무리하게 부양의무를 부과하여 반발을 사고 있다.


문득 2006∼2007년 ‘의료급여제도 혁신위원회’ 회의 생각이 난다. 건강보험과 의료보장 30주년을 준비하며 우리나라 건강보장 30년사를 만드는 것과 의료급여제도 개선을 위해 복지부에서 1년간 운영되었던 외부전문가 회의인데, 결국은 2007년 7월 바닥난 의료급여 비용절감을 위하여 흔히 이야기하는 의료보호 1종과 2종에 해당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급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법안이 발표되는 것을 바라보아야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이 생각난다. 그때 막지 못했던 것이 더 진행되고 있는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더 괴롭다.

문득 맹자에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지단(仁之端)이며,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지단(義之端)아며,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지단(禮之端)이며,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지단(智之端)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공자님 맹자님이 말한 사람의 본성이며 선함의 끝은 지금 세상에는 없어진 것일까?

한창호 / 동국대 한의대 한방내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