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미래의 답은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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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의 답은 홍보다
  • 승인 2011.10.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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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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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로 4년이 지나고 있다. 한의학 홍보 공모전이라는 새로운 컨셉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하고 중앙회에도 공모전이라는 컨셉을 전해주어서 지금은 여러 개의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한의계에서 홍보의 길은 앞길이 멀다.

개인적으로 브랜드, 광고, Creative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항상 그것을 한의학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시중에 광고나 브랜딩에 대한 재미난 책을 꼭 챙겨보곤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한 한의학 홍보의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한의학 홍보는 현재 다른 기업이나 분야와 달리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긍정적 인식제고와 한의원 내원을 유도하는 2가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므로 다른 분야들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한의계에는 홍보에 대한 전문가도 부족하고 홍보를 대행해서 노출이 많이 될 수 있을 만큼 자금이 넉넉하지도 못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이다.
첫 째, 한의학 홍보에는 공감과 감동이 없다. 우리가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장황하게 글로 쭉 나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광고는 사람들의 눈을 끌어와야 하는데 눈을 끌고 오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텔레토비가 묻힐 뻔한 경우와 같다. 1995년 어느 날 영국의 대표 방송 BBC가 엔우드라는 기획자에게 4세 미만의 유아프로그램을 제작해볼 것을 제안했다. 엔우드는 얼마 뒤 텔레토비를 BBC방송의 간부들에게 시연하였다. 하지만 간부들은 기획안이 너무 못마땅하여 방송보류를 하고자 하였으나 테스트 삼아 방송을 내보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텔레토비 하나로 5500만 파운드(한화약 1,100억원)를 벌어들였다. 그런데 그 전문가들이 왜 몰라봤을까? 바로 자기 자신이 4세 미만의 유아의 시각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한의학계의 광고도 한의사의 시각이지 그 광고를 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광고가 늘 보는 광고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한의계도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시도를 해 볼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점잖은 광고만 낼 때가 아니다.

둘째, 홍보에 있어서 디테일이 부족하다. 홍보는 광고(신문, 잡지 등의 대중매체)가 전부가 아니다. 양방은 생로병사의 비밀, EBS 명의, KBS 비타민, 각 일간지의 의학 지면을 통해 끊임없이 홍보를 하고 있다. 그래서 각 학회별로 아주 상세히 사례를 들어 비슷한 증상만 있어도 병원을 찾고 싶도록 프로그램과 기사를 만들고 있다. 잘 갖추어진 시스템을 활용하는 그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한의계는 따라 할 여력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러면 우리가 그 디테일을 만들어야 한다.

일선의 많은 한의원 원장님들은 마음속으로 ‘이런 질환 정말 치료가 잘되는데…’ ‘이 시기에는 꼭 한약치료 받아야 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이런 것도 한의원에서 치료가 되나요?’다.

그러므로 일선 한의사가 직접 감기가 걸린 상태에서 한방 감기약을 먹고 침뜸 치료를 받는 장면, 혹은 여한의사가 임신 중 직접 ‘불수산’, ‘안태음’을 복용하는 장면 등 구체적인 상황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점점 한의원과 멀어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한약과 한의학은 가까워질 것이다.

까스활명수가 ‘왕이 먹던 소화제’라는 컨셉과 ‘활명수Q’라는 새로운 네이밍으로 현대화에 성공했듯이 한약과 한의학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한약의 새로운 네이밍, 한약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스토리텔링 등과 같은 방법을 잘 활용하면 돌파구가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홍보전략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팀과 그것을 실행하는 팀이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까지 하기에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홍보관련 사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행까지 홍보담당 이사 혼자 다 하려면 중앙회든 지역 한의사회든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일이 너무 커지고 복잡해질 것 같으면 아이디어도 축소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이것은 기존 대기업이나 기타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게다가 중앙회 홍보실은 부정적 뉴스를 대처해나가기도 버거울 만큼 한의계 주변에는 악의적 음해가 너무 많다.

이와 같은 전략과 더불어 각 학회와 각 대학의 교수님들이 도와주셔야 할 홍보방안이 있다. 한의학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주제를 몇 가지 잡아서 그에 대한 석·박사 논문을 몇 개만 만들어내도 홍보를 하기에 너무 좋은 소재가 된다.

“한약이 간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미약 합니다”라는 말을 전국 한의원에서 각 원장님들이 아무리 말해도 환자들은 믿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한방내과학회에서 ‘한약으로 간 질환 치료 성공’에 대한 케이스 보고나 논문 몇 개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한약이 간에 해롭지 않습니다”라는 명제를 반박하지 않고 “한약으로 간을 치료합니다”라고 뒤집으면 되는 것이다.

많은 회원들이 홍보에 대한 목마름이 크지만 실제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앙회가 그럴진데 지역 한의사회는 더욱 그렇다. 지역 한의사회와 중앙회가 긴밀히 협조하여 중첩되는 홍보는 교통정리를 하고 각 지역에서 활성화 할 수 있는 홍보를 결합해서 홍보가 한의사의 미래에 큰 과실을 안겨 줄 수 있는 보약이 되길 기원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김 영 호 / 부산광역시 한의사회 홍보이사, 부산공감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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