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의(再定義)를 통해 시장을 역전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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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再定義)를 통해 시장을 역전시켜라
  • 승인 2011.11.2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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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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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칼럼

 

김 영 호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지금은 국민 간식, 군대의 추억이 된 ‘초코파이’는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미가 많은 제품이다. 초코파이가 처음 나온 해가 1974년인데, 그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500달러 남짓이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150원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의 물가로 치면 초코파이가 1000원이 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코파이를 구하기 위해 도매상들이 줄을 서고 가격을 두 배로 올려도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80년대에 들어와 오예스와 빅파이 등 경쟁상품들이 생겨나면서 초코파이는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초코파이는 ‘가격인하’ ‘초코파이와 비슷한 고가제품 저가제품 동시 출시’ 등의 전략을 펼치지만, 모두 실패하고 대대적인 홍보와 광고로 눈을 돌린다. 그런데 그 당시까지 초코파이 광고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글탐험 비행기탐험 등의 광고가 대세였다.

여기서 초코파이 담당 홍보팀은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초코파이를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들이며 초코파이를 먹는 대상을 초등학생 정도로 국한시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코파이는 엄마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했고, 아이들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초코파이를 먹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초코파이는 새로운 이미지 포지셔닝을 시작한다. ‘초코파이는 정(情)입니다’를 통해 초코파이를 간식이 아닌 선물로 재정의한 것이다.

이때부터 ‘군대 가는 삼촌’ ‘할머니’ ‘역무원 아저씨’ ‘아빠 힘 내세요’ 등의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자극하는 광고가 이어지게 된다. 결과는 200억대의 매출이 419억으로 상승하고 한 개씩 팔던 제품을 선물단위인 12개 단위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의 결과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대로다. 게다가 초코파이를 통해 기업이미지도 향상시키고, ‘정(情)’에 관련된 이미지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 할 수 있었다.

제품을 판매할 때는 두 가지 설득방법이 있다. 기능에 대한 논리적 설득과 감정에 호소하는 감정적 설득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것에 포인트를 맞추어야 할 것인지를 정확히 해야 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다. 초코파이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향해 설득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情’ 이었다.

한의학도 여기에서 교훈을 얻을 점이 많다.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트렌드 중의 하나가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정의하는 작업들이다. 많은 광고와 제품들에서 사용하는 손 글씨체 캘리그라피가 대표적인 것이고, 최근에 나온 영화 ‘리얼스틸’도 로봇영화와 권투영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재해석된 현대문화와 제품들은 다양하다.

우리 한의학도 보약이라는 명칭 대신 면역강화한약으로 쓴다든지 한의학이라는 명칭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K-Medi나 K-Medicine으로 한다든지 유명한 처방들의 이름을 현대적으로 새로 네이밍 해서 사용한다든지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더불어 한의학의 많은 변증항목을 엮어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병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혈허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여성환자들의 병을 한의학적으로 재정의하여 한의계로 환자들을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회나 학교에서 해야 할 일들은 치료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진단기준을 만들어 우리의 ‘증’을 ‘신드롬(Syndrom)’으로 재해석하고 재정의 하여 전국 한의원들이 동일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을 만들고 환자들에게 새로운 병의 인식을 부여하여 한의원으로 환자를 끌어오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설득방법 중 감성을 이용한 설득을 부산시한의사회에서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것이 있어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약에 대한 따뜻한 추억이 있다.

그래서 한국 사람에겐 역시 한국적인 치료 한의학이 좋다라는 의미로 ‘한국인에게 강한 의학 한의학’이라는 카피를 4년 전에 만들었는데, 이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부산 전역에 현수막으로 게시하고, 각 한의원에 포스터를 배포할 예정이다. 한의학도 초코파이처럼 여러 경쟁자들에 의해 고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재정의작업을 통해 꼭 역전할 날이 오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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