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약점을 보완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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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약점을 보완하지 마라
  • 승인 2012.05.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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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http://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우리나라의 근대에서 최근까지 교육과정을 이수한 대다수 국민들은 “약점을 보완하라”는 말을 “강점에 집중하라”는 말보다 많이 들어왔다. 우리나라는 각 분야에 정말 뛰어난 사람을 만들기보다 누구나 보편적인 실력을 갖도록 평준화하는데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6.25전쟁을 거치며 경제가 급속도록 발전해왔기 때문에 문맹퇴치와 보편적 인력의 필요성이 컸던 시기와 딱 맞게 맞물렸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은 70년대부터 평범을 벗어난 비범함이 많이 강조되었다. 기존의 프레임을 완전히 깨는 학문과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문화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장 강조된 것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라”는 것이다.

음악 미술 등의 예술가 기질이 강한 사람이 굳이 국영수를 하는데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고 공부를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영업적 마인드를 갖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힘들어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독일의 마이스터제도처럼 고등학교 때부터 굴뚝 청소의 장인, 햄 만드는 장인 등 한 가지 기술에 ‘장인(Meister)’이 되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홍보 역시 현대의 이런 트렌드에 부합되어야 한다. 기존의 홍보처럼 “한의학은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이며 모든 질환을 다 치료하며…” 이렇게 진행돼서는 안 된다. 또한 “한약은 중금속으로부터 안전합니다” “한약은 간독성이 없습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을 애써 긍정적인 시각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할 필요도 적어졌으며,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높다.
한 때 맥도날드 햄버거에 인육이 들어갔다는 루머나 코카콜라에 코카인이 들어갔다는 루머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루머에 세계적 기업인 코카콜라나 맥도날드도 ‘해명’을 하는데 많은 홍보비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해명을 하면 할수록 루머는 더 크게 확산되어 갔다. 결국 루머를 진화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 브랜드의 강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는 ‘청량감과 상쾌함’ 맥도날드는 ‘순 100% 쇠고기 패티와 신선한 채소와 빵’ 이렇게 집중하니 오히려 루머는 잦아들고 매출은 증대되었다.

우리 한의학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약점을 죽 나열해보면 ‘간독성’ ‘중금속’ ‘중국산 약재’에서부터 “의사가 먹지말래요” “한약 먹으면 빨리 죽는대요” 등의 허무맹랑한 루머까지 온갖 억측과 루머들로 가득 찬 사회 속에서 한의사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루머를 해명하는데 우리의 홍보에너지를 쏟기에는 너무 아까운 돈이고 시간이다.

이제부터 한의계는 양방에서 주장하는 허무맹랑한 루머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에서 조금 멀어질 필요가 있다. 어차피 우리보다 몇 배나 많은 인원과 규모를 자랑하는 양방이 아니던가? 해명보다 우리의 장점을 정확히 꼬집어 내 그것을 부각시킬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약점을 장점으로 커버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에어컨 보급 초창기에 우리나라 에어컨 시장은 ‘만도 위니아’가 최고의 브랜드였다. 현재 ‘딤채’ 김치냉장고를 생산하는 그 만도다. 업계 1위인 만도의 강점은 강력한 냉방력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선입견에는 “역시 시원한 건 만도제품이 최고야”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LG가 아무리 바이오 에어컨이나 공기 청정기 기능이 있는 에어컨을 출시해도 만도를 이길 수 없었다.
이때 LG에어컨 담당자들이 만도가 가지고 있는 약점과 LG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만나는 접점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대기업 제품이 가지는 ‘고급스러움’이었다. 이때부터 LG는 바이오 에어컨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그 유명한 ‘휘센’을 런칭한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바람소리‘휘’에 강하다는 의미의 ‘센’이 합쳐진 이름 같은데, 이때부터 만도를 누르고 LG는 전 세계 에어컨시장을 휘어잡기 시작한다.

우리는 강하고 양방은 약한 부분이 무엇일까?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해서 홍보를 해야 한다. 장기플랜이 없는 홍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형 종합병원 홍보 예산보다도 턱 없이 부족한 한의사협회의 홍보비로 가장 큰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을 제대로 키워내야 한다. 한의학의 휘센 그 ‘한방’의 강력한 펀치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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