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첩약의료보험 도입에 대한 논의를 바라보며…
상태바
한창호 칼럼-첩약의료보험 도입에 대한 논의를 바라보며…
  • 승인 2012.10.18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창호

한창호

mjmedi@http://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세상 만물을 한 순간에 밝힐 수도 있으며, 세상 만물을 한 순간에 어둡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군주의 정치다. 중용에 이르기를 중화의 도를 실천하면 천지가 제자리를 찾고 만물이 순조롭게 생장한다 하였다. 하니 군주가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성과 덕을 더하여 두루 살피고, 치우침이 없이 조화를 이루면 천지 만물, 즉 백성들의 삶이 밝아질 것이요, 그 반대의 경우 백성들의 삶이 어두워질 터이니, 정답은 바로 군주의 정치가 아니겠느냐?”라고 답했다. 훌륭한 답이다.

그러나 경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는 저급한 것이 되는 것인가?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면 세상 만물이 모두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세상 만물 모두가 답이 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배움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될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정답을 안다고 자만하는 오만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잣대로만 사물을 판단하는 편견이다. 이 또한 훌륭한 해석이다.
정답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가? 답은 눈꺼풀.

오만과 편견이 눈과 마음을 모두 어둡게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군주의 정치라. 참으로 옳은 대답이다. 그러나 눈꺼풀을 굳게 닫은 채 어찌 백성을 살필 것이며, 어찌 제왕의 도를 논하겠는가?
최근 65세 이상 어르신들에 한해 한약(첩약)을 건강보험 급여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의계가 갑론을박하고 있다.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잘 따져보고 이득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의견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은 무엇인가?
첩약의 약가가 얼마로 결정될까에 대한 기대 값의 차이와 첩약의 급여확대와 교환하는 우리가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향후 보건의료개혁 즉, 의료일원화 문제와 어떻게 얼마나 연동되어 있느냐에 대한 생각 등이 주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변화에 뒤쳐지고 종국에는 격랑에 혼란을 겪다가 견디지 못하고 좌초되고 말 것이다. 1977년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시행되는 처음에 한의계가 취했던 태도를 기억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첩약의 건강보험화는 지난 20여년 간 건강보험개혁의 한의학부분의 핵심이었다. 지난 30여년 간 우리는 “한의학을 민중 속으로, 민중은 한의학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부단히 많은 시간과 정력을 첩약의 건강보험급여화에 집중해 왔다. 대선이나 총선 전략이나 보건의료정책 의제화에 한 번도 빠졌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정착 65세 이상 어르신들 먼저 건강보험급여화를 한다는 데 우리는 주저하고 있다. 이득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한의계가 요구하는 수가와 교환을 우리의 힘으로 해 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되는 것이지 또 다시 어찌 할까 우물쭈물하다가는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게 될지 모른다. 그것이 더 두렵다.

지난 시절 한의학의 주된 치료법으로 오랫동안 가치를 발휘해왔던 한약과 침뜸 중 한약이 보험급여에서 제외됨으로 해서 한의학의 우수한 치료효과를 절반만 발휘하게 된 것을 가슴 아파하며, 그리고 한약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약가로 인해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되는 다수의 가난한 국민들에 대한 연민으로 첩약 보험급여화를 외쳤던 우리의 가슴을 잊었단 말인가?
옳은 일이면 하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방향을 정한 후 최선의 선택을 도모해야 함이 정도(正道)이다. 그것이 군자(君子)가 가야 할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