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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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 승인 2012.12.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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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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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의 질’과 ‘존엄한 죽음’에 대한 치열한 고민

일본 베스트셀러, 한의사 민경윤씨가 번역해 화제

이시토비 고조 著  민경윤 역

마고북스 刊

삶의 마지막에 다다른 노인이 입으로 먹지 못하게 되었을 때 가족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도와야 할까? 그리고 언젠가는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근 일본의 한 노인요양원 의사가 이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풀어 낸 책이 일본 사회에서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존엄사 관련 서적으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 100세 시대, 자연스런 삶, 평온한 죽음을 위한 노인요양원 의사의 따뜻한 조언」이라는 책이 바로 그 책이다.

40년 넘게 외과의사로 일한 이 책의 저자 이시토비 고조는 야전의 전투현장과도 같은 수술실을 떠나 노인요양원의 상근의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오직 생명을 연장하는 데만 치달려 온 모순된 의료 현실과 마주한다. 이미 생명력이 고갈된 노인들에게 코나 위로 연결된 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고 수액주사를 맞게 하면서 생명의 흐름을 거슬러 싸우도록 강요하는 연명지상주의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환자의 몸은 여러 신호를 통해 생명력이 다했음을 알리지만, 그와 상관없이 병원에서는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고, 노쇠한 몸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흡인성 폐렴 등을 일으키며 이를 다시 ‘치료’해야 하는 악순환이 환자와 가족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민경윤(32) 한의사는 “이 책은 그동안 관행대로 지속해온 위루술의 무분별한 적용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고 말하면서 “의료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연장된 수명의 질과 관련하여 전에 없이 무거운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을 현장의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할머니가 중풍과 폐렴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요양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냈던 경험이 있는 민 원장은 “보호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초고령 와상노인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아닌 환자가 존중받으며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했었는데 번역하는 과정에서 많이 공감했다”며, “원작이 일본 사회에서 존엄사에 대한 화두를 이끌어 냈듯이 한국에서도 존엄사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명의 질’과 ‘존엄한 죽음’에 대해 치열히 고민하던 저자는, 인위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위루술에 의지하는 대신 종말기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공급 열량과 수분을 낮추어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간병 또는 케어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노인환자들이 먹지 않아서 죽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다해 먹지 않는다는 것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책에는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말기 노인 환자가 음식물이 역류하여 질식사한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소량이라도 마지막까지 입을 통해 섭식토록 돌본 노인은 가족에게 둘러싸여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구체적인 통계도 제시하는 등 철저히 현실을 반영한 책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책 출간 이후 의료 및 복지시설 관계자들, 고령 부모를 돌보고 있는 가족들로부터 “이것이 바로 현실이며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민 원장은 “이 책의 핵심적 가치는 초고령 와상노인환자에게 위루술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현직 의사가 문제 제기를 하고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에 있다”며, “저자가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맞닥뜨린 현실과 구체적인 대안책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접근해 국내에서도 의료인들을 비롯한 환자, 환자보호자 모두에게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값 1만 5천800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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