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 새해에는 ‘쓰레기통’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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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 새해에는 ‘쓰레기통’이 되고 싶다
  • 승인 2013.01.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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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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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모든 분들과 위로와 희망을 나누고 싶다. 선거가 끝나고 많은 생각에 잠겨있던 차에 새해의 희망을 담은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난 며칠 동안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탄절 이브가 왔고, 10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란다. 성탄일 새벽 난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릴 듯 내리는 눈을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마음이 잡히지 않고 실의에 빠진 내 가슴과 사색에 빠진 내 눈은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지식인을 위한 변명」. 이 책은 1965년 9월과 10월에 쟝 뽈 사르트르가 일본 동경과 경도에서 행한 세 차례의 강연을 수록한 것이다. 나는 마음에 정처가 없고 헤매곤 할 때 이 책을 몇 차례 읽었다.

사르트르는 이 책에서 지식인이 처한 상황과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를 말하였고, 지식인의 기능과 책임은 어떤 것인가를 논하고 있다. 그는 지식인의 진정한 기능이란 ‘자신의 권한 밖에까지’ 관여(engager)하는 데에 주어진다고 보았는데, 그는 이러한 관여의 기준에서 지식전문가와 지식인을 구별하고 있다. 지식전문가는 지배계급이 통치수단으로 제시하는 기존 이데올로기 안에서 그들의 특수주의를 비호한다.

반면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보편적 법칙과 진리를 얻은 지식전문가가 그 진리를 사회와 인간전체로 보편화시키는 과정에서 그는 지식인이 되는 것이며, 그가 지향하는 보편성은 지배계급과 그 자신의 계급의 특수주의를 파괴하는 경향을 지닌다고 하였다.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잠시 잠을 청하였다. 성탄일 아침 신문을 받아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난 그곳에서 희망을 찾았다.

‘로봇다리 15살 소년. 크리스마스의 기적’ 2013년 체육특기생으로 한 대학의 스포츠과학과에 합격한 김세진 군에 대한 기사였다. 그는 오른쪽 무릎 아래 다리와 왼쪽 발목 아래 발이 없는 장애인이고, 생후에 부모에게 버려져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키워진 아이였다.

그런데도 중증장애를 딛고 2009년 런던 세계장애인 수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였고,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향후 계획은 내년 초에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적었던 시를 모아 시집을 낼 것이고, 2016년에는 브라질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할 것이고, 언젠가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될 것이란다.

2004년 초등학교 1학년 때 반 친구들이 의족을 망가뜨려 학교에서 집까지 300여m를 기어왔던 김 군은 「나는 쓰레기통」이라는 제목의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고 한다. “쓰레기통 옆은 항상 깨끗하다. 내가 아픔과 슬픔, 더러움을 가지고, 내 옆엔 항상 깨끗한 희망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쓰레기통이 되고 싶다.”

“한의사였던 아버지는 ‘일주일에 6일은 너를 위해 살지만 하루는 남을 위해 살아라’고 가르쳤고 남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말하지 않으면 한 끼 밥을 굶게 하였다고 하였다.”

이 짧은 말은 비수같이 나의 가슴속에 들어왔다. 이 말은 그를 거두어 키워준 엄마인 양정숙 님의 말이었다.

2013년 한 해를 쓰레기통이 되고자 노력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나의 희망이다. 모자라는 지식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진리를 쫓는, 그러면서도 모순 속에서 갈등하는 지식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중년의 한 사내의 희망이다. 그리 가볍지 않은 희망. 하지만 진정한 희망이다.

우리 한의 가족 모두가 새해에는 상처받고 실의에 빠진 모든 분들과 위로와 희망을 나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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