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전설의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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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전설의 주먹
  • 승인 2013.04.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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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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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갔던 세 남자들… 다시 싸워야 할 이유가 생겼다
토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1960~90년대에 활동했었던 가수들의 노래를 젊은 후배 가수들이 편곡해서 부르고, 관객들이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지금은 방영이 끝난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원곡을 부른 가수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전설’이라는 대접을 받으며 후배들의 노래를 듣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필자가 고등학교 때 상당히 좋아했었던 가수가 전설로 등장하는 방송을 보게 되었다. 일단 그 가수의 노래를 오랜만에 들으니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아련함을 느낄 수 있었어 좋았는데 막상 전설이 된 가수들의 심정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아마 가수나 팬 모두 세월을 느끼지 않았을까?
감독 : 강우석
출연 :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정웅인, 이요원
한때 ‘전설’이라 불렸던 사람들이 맞붙어 승부를 가리는 TV 파이트 쇼 ‘전설의 주먹’을 통해 세월 속에 흩어진 전국 각지의 파이터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쇼는 이변을 속출하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 프로그램에 복싱 챔피언의 꿈을 눈앞에서 놓치고, 지금은 혼자서 딸을 키우고 있는 국수집 사장 임덕규(황정민)와 카리스마 하나로 일대를 평정했지만 지금은 출세를 위해 자존심까지 내팽개친 대기업 부장 이상훈(유준상), 남서울고 독종 미친개로 불렸고, 지금도 일등을 꿈꾸지만 여전히 삼류 건달인 신재석(윤제문) 등 전설의 파이터 세 사람이 등장하면서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각자의 삶을 살던 세 친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밝혀지면서 전국은 ‘전설의 주먹’ 열풍에 휩싸이게 되고, 마침내 역대 최고의 파이터들이 8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상금 2억원을 놓고 벌이는 최후의 파이트 쇼 ‘전설대전’의 막이 오른다.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영화 ‘전설의 주먹’은 제목 그대로 10대 때 주먹으로 잘 나갔던 세 남자들이 40대가 되어서 리얼리티 쇼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각 분야별 최고의 사람들에게 전설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레전드’라는 단어를 붙여주면서 존경을 표시하기도 하는데 영화계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강우석 감독이 만든 ‘전설의 주먹’은 전설적인 감독과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정웅인 등의 전설적인 출연진이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격투기를 하는 장면은 살아있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출연배우들의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유준상의 경우 촬영 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개의치 않고 촬영에 계속 임할 정도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또한 강우석 감독의 작품답게 여배우들이 거의 출연하지 않지만 여성 관객들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은 채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통해 우정과 가족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진한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래서 상영시간이 2시간 33분으로 좀 긴 편이지만 액션과 드라마가 적절하게 조화되면서 남성 관객과 여성 관객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서서히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굳어있던 몸을 ‘전설의 주먹’과 함께 간접적으로나마 조금씩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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