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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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 승인 2013.05.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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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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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선 교황…참다운 가치 발견할까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교황이 되었던 베네딕토 16세가 올 2월 말에 교황직에서 자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교황은 선종을 해야만 물러날 수 있는 종신직이기에 적잖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감독 : 난니 모레티
출연 : 미셀 피콜리, 난니 모레티, 마거리타 부이, 예르지 스투
결국 베네딕토 16세의 의사가 받아들여져 3월에는 새로운 교황을 선정하기 위한 콘클라베가 열렸고, 언론들은 교황청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는지, 흰 연기가 나오는지를 연일 보도하면서 누가 새로운 교황이 될 것인지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운 뉴스거리였고, 유럽이 아닌 새로운 지역에서 교황이 나오길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결국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정되면서 1282년 만에 처음으로 비유럽권 교황이 탄생하게 됐다.

이는 얼마 전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데 이번에 소개할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라는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이 영화가 2011년도 작품이기에 마치 2013년도에 일어날 일을 미리 예견이라고 한 듯이 비슷하여 더욱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그냥 교황이 선출되는 것으로 끝난다면 다큐멘터리가 되었을 텐데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교황 선출 이후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발칙한 상상을 하면서 픽션 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교황의 급사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며 각국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으로 모인다. 몇 번의 콘클라베 이후 멜빌(미셀 피콜리)이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되지만 그는 교황청 발코니에 나가서 많은 신도들을 위해 하는 선언 연설을 거부한다. 당황한 각국의 추기경들과 교황청 대변인(예르지 스투)은 그를 설득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자(난니 모레티)를 부르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고, 결국 새로운 교황은 바티칸 교황청을 빠져 나오게 된다.

아마 영화 속에서 교황이 겪는 갈등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 그의 입장이 이해되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비단 교황만이 아닌 어떠한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생각해야 할 부분으로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교황도 역시 인간이기에 같은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고,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모든 개인에게 부여된 선택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바쁜 삶 속에서 잊었던 자신의 꿈을 되돌아보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되새기게 해준다. 그래서 영화 속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교황의 선택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비록 영화의 제목과 내용이 교황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서 가톨릭 신자를 위한 영화로 인식되어 질 수도 있지만 비종교인이 봐도 무방할 정도로 종교를 떠나 한 인간의 자아 찾기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난니 모레티 감독이 늘 그렇듯이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고 있으며, 각국의 추기경들이 대륙별로 나뉘어져 배구를 하면서 즐기는 모습 등은 영화의 극적인 재미를 높여주는 부분들이다. 64회 칸느영화제 경쟁 출품작이자, 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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