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7번방의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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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7번방의 선물 」
  • 승인 2013.05.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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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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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딸바보’가 전하는 웃음과 감동

영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이 완벽하게 갖춰 있다고 해서 모든 영화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흥행의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올해 1월에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은 이러한 법칙을 비웃듯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물론 ‘적절한 눈물’이라는 법칙은 어느 정도 적용되지만 스타 배우와 제작비, 감독, 시나리오, 마케팅 등등의 요소들이 예외적이라서 이 영화의 성공은 ‘왕의 남자’와 더불어 영화계에서 한번쯤 논의해 봐야할 부분이 되었다.

감독 : 이환경
출연 : 류승룡, 갈소원, 박신혜, 오달수, 김정태, 정진영
지적장애인 용구(류승룡)는 세일러문 가방을 사달라는 딸 예승(갈소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가방 파는 곳을 알고 있다는 여자 아이를 따라간다. 그러다가 여자 아이가 시장 한 켠에 쓰러지자 용구는 전에 배웠던 위급상황시에 대처하는 응급구조법을 실시하기 위해 벨트를 풀고, 인공호흡을 한다. 하지만 이를 목격한 사람은 용구가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는 줄 알고 경찰에 신고한다. 결국 용구는 아동 납치 및 성폭행 미수, 살인 등의 혐의를 받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

‘7번방의 선물’은 마치 숀펜이 지적장애인 아버지로 등장하고, 다코타 패닝이 그의 똑똑한 딸로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 ‘아이 엠 샘’이 생각나게 할 정도로 비슷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물론 세부 설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아버지와 딸의 눈물겨운 사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올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부성애(父性愛)’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시점에 딱 맞아 떨어진 점도 있지만 그동안 영화나 방송 등에서 소외되었던 아버지의 자식사랑을 감동스럽게 표현하면서 엄청난 제작비와 스펙터클한 규모의 영화들을 제치고 역대 우리나라 박스오피스 3위(한국영화 박스오피스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였던 류승룡이 주연을 하면서 감동과 재미를 한 번에 보여주는 지적장애인 역할을 하고, 충무로 명품 조연들이 대거 출연하여 극의 맛을 더해주면서 ‘7번방의 선물’은 날씨와 경제면에서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에 관객들에게 따뜻한 난방효과를 주었다. 특히 어린 예승이로 나온 갈소원의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귀여워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흥행을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각설탕’, ‘챔프’ 등 동물과 교감하는 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이환경 감독은 ‘7번방의 선물’을 통해 그의 주특기인 과잉된 감정표현을 매우 부드러운 방식으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감동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용구를 비롯한 교도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순박하고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관객들이 편하게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스스로를 힐링시키는 효과까지 전하고 있다.

비록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에 진부한 설정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은 시대를 초월하면서 누구에게나 와 닿는 좋은 이야기꺼리인 것이다. 그 결과 류승룡은 2013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성장한 예승이 역의 박신혜는 인기상을 수상했다. 가정의 달인 5월, 온 가족이 함께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는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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