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은밀하게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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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은밀하게 위대하게」
  • 승인 2013.06.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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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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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바보의 말할 수 없는 비밀…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영화평론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보나요? 이는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질문일 거다. 왜냐하면 항상 흥행영화 뒤에는 혹평을 하는 영화평론가들이 즐비하기에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영화를 보는 시선 자체가 궁금할 따름인 거다.

감독 : 장철수
출연 :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단적으로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최근 이런 논란의 주인공으로 회자되고 있는데 이 영화는 영화평론가들과 각종 언론매체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극장가에서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는 것에는 특별히 정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의 평가를 참고는 할 수 있어도 귀담아들을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단지 내가 재미있었으면 그 영화는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이다.

 

남한에서 생활형 간첩으로 살고 있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로서 제작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이끌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주인공을 캐스팅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도 웹툰 속 주인공과 씽크로율 100%가 되는 배우가 누구인지 서로 맞춰보기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해품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 등 꽃미남 배우들이 캐스팅이 되었고, 웹툰 속 주인공들이 살아 돌아온 듯 큰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워낙 원작이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하고, 주인공들이 꽃미남이라는 것 등이 이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지만 사실 웹툰을 영화화하는데 있어 가장 큰 리스크는 결말이 이미 공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개봉될 때 쯤에는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웹툰의 결말 부분이 유료화가 되지만 인터넷 검색만 하면 결말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관객들은 또 다른 버전의 결말을 영화에서 기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웹툰과 같은 결말을 보여준다. 물론 원작처럼 열린 결말이라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지만 내심 색다른 결말을 원했던 관객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바로 배우의 힘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동네 바보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간첩의 이중적인 모습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고 있는 김수현의 연기가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또한 경색되었던 남북한의 관계가 이 영화가 개봉할 때쯤부터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것도 영화와 사회와의 관계를 놓고 볼 때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간 간첩에 대한 영화가 그 시대와 사회의 변화 등에 따라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 변화를 또 다른 관점에서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복남 살인사건’에서 독특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장철수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보기 전에 웹툰을 미리 보는 것도 흥미로운 비교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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