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영화평론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보나요? 이는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질문일 거다. 왜냐하면 항상 흥행영화 뒤에는 혹평을 하는 영화평론가들이 즐비하기에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영화를 보는 시선 자체가 궁금할 따름인 거다.
단적으로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최근 이런 논란의 주인공으로 회자되고 있는데 이 영화는 영화평론가들과 각종 언론매체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극장가에서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는 것에는 특별히 정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의 평가를 참고는 할 수 있어도 귀담아들을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단지 내가 재미있었으면 그 영화는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이다.
남한에서 생활형 간첩으로 살고 있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로서 제작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이끌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주인공을 캐스팅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도 웹툰 속 주인공과 씽크로율 100%가 되는 배우가 누구인지 서로 맞춰보기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해품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 등 꽃미남 배우들이 캐스팅이 되었고, 웹툰 속 주인공들이 살아 돌아온 듯 큰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워낙 원작이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하고, 주인공들이 꽃미남이라는 것 등이 이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지만 사실 웹툰을 영화화하는데 있어 가장 큰 리스크는 결말이 이미 공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개봉될 때 쯤에는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웹툰의 결말 부분이 유료화가 되지만 인터넷 검색만 하면 결말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관객들은 또 다른 버전의 결말을 영화에서 기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웹툰과 같은 결말을 보여준다. 물론 원작처럼 열린 결말이라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지만 내심 색다른 결말을 원했던 관객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바로 배우의 힘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동네 바보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간첩의 이중적인 모습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고 있는 김수현의 연기가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또한 경색되었던 남북한의 관계가 이 영화가 개봉할 때쯤부터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것도 영화와 사회와의 관계를 놓고 볼 때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간 간첩에 대한 영화가 그 시대와 사회의 변화 등에 따라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 변화를 또 다른 관점에서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복남 살인사건’에서 독특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장철수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보기 전에 웹툰을 미리 보는 것도 흥미로운 비교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