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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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
  • 승인 2013.07.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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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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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웜 바디스
우리는 드라마틱한 현실 속 사건을 보면서 ‘영화 같다’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하지만 이 영화 같은 사건은 이제 너무 많은 곳에서 사용되다보니 그 희소가치는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버려 최근 영화들은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어이없고, 황당한 아이템을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는 우연한 내용이 남발하는 드라마틱하고 진부한 이야기보다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독특한 소재의 영화를 요즘 관객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 : 조나단 레빈
출연 : 니콜라스 홀트, 테레사 팔머, 존 말코비치
그로인해 21세기 영화들은 예전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르 혼합이나 장르 파괴 현상이 일어나면서 좀 더 기발하고 특이한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 중 한 작품이 올 봄에 개봉해서 화제를 모았던 ‘웜 바디스’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로맨스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영화의 소재와 캐릭터 자체가 매우 독특하다. 바로 좀비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물론 ‘트와일라잇’이라는 영화에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지만 좀비는 뱀파이어와는 비교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비루한 존재이자 인간들과는 절대 어울릴 수 없는 무리였기에 이 영화가 매우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름도, 나이도, 자신이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R(니콜라스 홀트)은 폐허가 된 공항에서 다른 좀비들과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간들과의 싸움 속에서 줄리(테레사 팔머)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R은 줄리의 남자친구를 죽이고, 그의 뇌를 먹다가 줄리에 대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는 줄리를 헤치려는 좀비들 사이에서 그녀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된다.
30대 초반의 젊은 작가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웜 바디스’는 ‘월드 워 Z’ 등의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들이 항상 피해 다니거나 꼭 없애 버려야 하는 존재인 좀비가 등장하지만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서 역할을 해나간다. 또한 죽은 존재인 좀비가 자신의 이야기를 독백으로 풀어나가면서 좀비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소개하는 오프닝 장면과 죽은 사람의 뇌를 먹으면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장면 등은 이전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이 영화가 단순히 좀비와 인간의 투쟁을 그린 것이 아닌 좀비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무조건적인 악역이 아닌 선한 역할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웜 바디스(Warm Bodies)’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을 통해서도 표현되고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좀비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 외에는 전반적으로 매우 단순한 이야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좀 더 촘촘한 이야기 전개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약간 허전함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곱씹어 본다면 조금이나마 그 허전함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바웃 보이’에서 휴 그랜트의 아들로 출연했었던 니콜라스 홀트가 잘 성장해서 사랑스러운 좀비를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여하튼 ‘웜 바디스’는 눅눅한 장마 기간에 뽀송뽀송한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DVD 출시>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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