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그린 「동의보감」, 한의학 국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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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그린 「동의보감」, 한의학 국민 속으로”
  • 승인 2013.08.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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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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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제조기 만화가 허영만 화백에게 듣는 ‘한의학 스토리’

 ‘허허 동의보감’ 1권 출간…20권 5년 대장정 첫발
 “허준 선생님의 편찬 목적 대중들에게 전해야죠”


허준의 「동의보감」이 만화로 재탄생했다. 지난 40여년간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허영만 화백(66)이 한의학을 쉽게 풀어쓰고자 발 벗고 나섰다. 「동의보감」은 그동안 여러 버전으로 소개됐지만, 전문의학서의 베일을 벗지는 못했다. 이 같은 한계를 넘어 「동의보감」 속에 담긴 알토란 같은 건강지혜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허영만 화백은 ‘허허 동의보감’(도서출판 시루 刊)의 이름으로 1권을 출간, 20권 대장정의 첫 발을 뗐다.

허 화백은 팔을 올리고 그림 그리는 자세를 오래하다 보니 어느 날 어깨통증이 오기 시작했단다. 여러 병원을 가 봤지만 병명이 뚜렷하지 않았고, 그러던 중 우연히 찾은 한의원에서 스트레스로 기(氣)가 통하지 않아 생긴 병임을 알게 됐다. 발등에 침 몇 방을 맞고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어깨가 한결 시원해졌고, 어깨통증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허영만 화백은 건강과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허허 동의보감’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허 화백을 만나 ‘허허 동의보감’에 대한 집필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정(精), 기(氣), 신(神)의 원리를 비롯해 원전을 공부하는 것은 다소 힘들지만, 독자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 살 수 있었으면’하는 바람으로 ‘허허 동의보감’에 열정을 쏟고 있다는 허영만 화백. <사진제공=도서출판 시루>
▶준비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들었다.
준비기간 1년에 공부한 시간은 2년이다. 그리고 앞으로 20권까지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5년은 더 걸릴 것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 즉 팀워크라고 생각한다. 같이 공부할 스승 세 분(박석준·오수석·황인태 한의사)을 모시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동의보감」을 공부하면서 특별히 인상에 남았던 점은.
집필을 결정하고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고 보니 「동의보감」을 이해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병의 치료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도가의 철학을 담은 몸과 우주와 자연과의 상관관계까지 이해해야 했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우리의 몸과 우주, 그리고 자연이 하나이면서 순환하는 구조로 보고 이 순환의 원리를 정(精), 기(氣), 신(神)으로 설명한다. 이 부분이 「동의보감」 초입에 ‘신형장부도’라는 그림으로 나오는데 이 그림과 정기신을 이해하는데 아마도 1년 정도 걸렸고, 반복하며 공부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내가 과연 동의보감을 독자 눈높이에 맞춰 쉽고 실용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제는 해 볼만 하다.

▶만화로 「동의보감」을 그려내면서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두었는가.
「동의보감」은 단순한 의학서적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접하는 현재의 의학서적들은 보통 특정 병증을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돼 있다. 대증요법에 기반을 둔 양의학의 체계가 그렇기 때문이다. 병이 나면 병을 고치기 위한 책이 의학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의보감」은 첫머리에 ‘병이 나기 전 몸을 보호하는 것이 상수요, 병이 나서 병을 고치는 것이 하수’라고 하면서 병을 고치기 위한 책이 아니라 병이 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을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동의보감」은 예방의학의 바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준 선생님의 생각을 알고나니 자연스레 독자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 살 수 있었으면’하는 바람으로 정리하게 됐다. 「동의보감」 편찬 목적에도 나와 있듯이 ‘돈 없고 힘 없는 백성이 자신의 병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로 쉽게 처방할 수 있게 하자’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허허 동의보감’의 ‘허허’의 의미는 무엇인가.
허준 선생은 양천 허씨 20대손이고 나는 31대손이다. 허준 선생과 나의 작품임을 표했고, 두 번째 의미는 호방하게 웃는 의성어로서 긍정의 에너지를 나타내고자 했다. 셋째 ‘허허로움’은 도가에서 신선의 경지에 이른 것을 뜻하기도 한다.

▶‘허허 동의보감’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매주 수요일마다 ‘허허 동의보감’ 멤버들은 계속 공부를 할 것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공부하는데 적어도 3년, 만화로 모두 그려내는데 5년여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긴 시간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동의보감」에서 가르쳐주는 것들을 따라하며 내가 먼저 건강함을 증명해야 할 것 같다.

▶‘허허 동의보감’은 다른 매체에서 연재하는 작품인가.
요리사 출신 주인공 성찬이 전국을 돌며 신선한 재료와 맛있는 요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식객2’와 작가 생활일기인 ‘나의 밥투정’과 함께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세 작품을 함께 하다 보니 코피를 흘리며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콘텐츠의 유료화를 선언하고 시작했는데, 일단 9월 중순까지는 무료로 제공되고 이후 유료화 될 것이다.

▶‘허허 동의보감’은 기존 만화와는 다른 독특한 구성이다.
만화를 그리기 전 어떤 형태로 전개할지 많은 고민을 한다. ‘허허 동의보감’은 특히 스토리로 전개되는 만화로 구성할까, 아니면 원전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인가 고민했다. 「동의보감」은 기본적으로 스토리로 엮을 수가 없는 한의학 고전임을 알고, 원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가능한 한 훼손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건강정보와 상식을 전달할 수 있는 에피소드 형태로 구성키로 결정했다. 부족한 정보와 지식 부분은 추가로 원고를 보강하는 방식을 취했다. 「동의보감」은 워낙 방대한 지식이라 세 분의 스승 외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의 특강을 듣거나 직접 현장을 찾아가 배워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에게 보다 생생히 전달할 수 있다.

▶그동안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소화해냈다. 그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은.
밥을 먹든, 술자리든, 요트를 타든, 등산을 하든, 뉴스를 보든 아이디어나 좋은 소재거리가 있으면 메모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만화가가 소재가 없어 만화를 그릴 수 없는 것은 총알이 없어 전쟁에 못나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허허 동의보감’의 완간까지 열정을 쏟을 예정이며, 추후 ‘실버’를 위한 만화를 그릴 생각이다.

 허영만 화백은?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전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며 만화가로 공식 데뷔했다.  1974년 ‘각시탈’, 1981년 ‘무당거미’, 1989년 ‘날아라 슈퍼보드’, 1994년 ‘비트’, 1999년 ‘타짜’, 2003년 ‘식객’ 등 40년간 수없이 많은 히트작을 낸 허영만 화백은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로 손꼽힌다. 특히 철저한 사전조사와 취재를 통해 탄생한 콘텐츠의 힘 덕분에 허영만의 작품은 ‘믿고 보는’ 만화로 통한다. 더불어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으로 제작된 많은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며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허허 동의보감’은?  

2010년 7월 시작한 ‘허허 동의보감’ 프로젝트는 총 20권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발간된 1권 <죽을래 살래?>는 「동의보감」의 체계에 따라 ‘내경편’ 중 신형(身形)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신형은 밖에서 보아 알 수 있는 몸의 구조를 그린 것으로 ‘우주와 자연과 몸의 구성 원리’를 담고 있는데, 이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 ‘병들지 않고 오래 살기’ 위한 핵심 포인트이다.

1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첫째, “근본을 치료하라”는 것이다. 요즘은 겉으로 보이는 병만 치료하고 근본을 무시하는데, 골병든 줄기는 놔두고 부러진 가지만 치료하는 격이다. 예를 들어, 양의학에서는 눈이 아프면 눈 자체를 치료하지만 동의보감에서는 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간을 다스려 눈의 병이 되는 원인을 치료하라고 한다.

둘째, “자연의 이치에 맞게 섭생하고 생활할 것”을 강조한다. 일례로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지고 난 뒤의 운동은 금물이다. 운동은 양기(陽氣)로서 해가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 허 화백 특유의 취재정신을 발휘해 직접 전문가와 함께 ‘약초 산행’을 다녀온 후 독자들에게 ‘약초의 약성과 원리’를 전해준다. 더불어 독자들이 흥미로워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신비의 영약 ‘산삼’을 심층 취재함으로써 그 효능과 채취방법, 복용법과 진품 구별법 등 산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넷째, 오래 살게 하는 약과 단방을 소개한다. 「동의보감」전체에 걸쳐 가장 중요한 보약이자 오래 살게 하는 대표적인 약인 ‘경옥고’의 효능과 복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경옥고 외에도 오래 살게 하는 주요 약 소개와 주변에서 쉽게 구해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단방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편익과 실용성을 주고 있다. (값 1만3000원)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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