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흔녀를 위한 최강의 연애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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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흔녀를 위한 최강의 연애비법
  • 승인 2013.09.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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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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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남자사용설명서
열대야에 밤잠 못 이룰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면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로 인해 여름 내내 찾았던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들이 이제는 꺼려지면서 그보다 더 스산한 바람이 옆구리를 스쳐지나가고 있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추석 연휴는 싱글들의 옆구리를 더 허전하게 만들고 있다. 혹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추석 연휴에 가족을 찾지 않고, 혼자 보내려고 마음먹은 여성들이 있다면 ‘남자 사용 설명서’라는 영화를 권하고 싶다.
감독 : 이원석
출연 : 이시영, 오정세, 박영규

사실 21세기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연 이런 복고풍의 발상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잘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보는 비디오테이프는 아날로그의 추억을 갖게 해준다. 특히 주인공이 50만원을 주고 구입한 ‘남자 사용 설명서’와 그 외의 테이프들 속에 등장하는 자막과 영상들은 이런 부분들을 더욱 강조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온갖 궂은 일을 다 도맡는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는 야외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Dr. 스왈스키(박영규)를 만나고, 그에 의해 ‘남자사용설명서’를 구입하게 된다. 그 후 보나는 반신반의하며 ‘남자 사용 설명서’ 테이프를 보다가 Dr. 스왈스키의 지시를 직접 따라 하고, 거짓말처럼 지나가는 남자들의 시선은 물론 한류 톱스타 이승재(오정세)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게 된다.

광고를 전공한 감독의 데뷔작답게 영화는 광고 제작사를 배경으로 하면서 광고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세트와 비디오테이프에서 나오는 유치한 영상들은 광고나 만화에서 많이 본 듯한 키치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물론 이 영화는 흔히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답습한 영화이기에 뻔한 결말을 갖고 있다. 특히 리얼리티가 결여된 채 한류스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신데렐라 같은 여주인공의 이야기 전개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감정이입이 되기는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영화는 기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뜻하지 않는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게 한다. 특히 중간중간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는 닥터 스왈스키가 전해주는 ‘남자 사용 설명서’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올 2월에 개봉했던 ‘남자 사용 설명서’는 매우 독특한 특성을 가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질 못했다. 아마 평소에 늘 볼 수 있었던 영화와 다르게 키치적인 장치가 난무한다는 점도 있지만 주연 배우의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그 어떤 영화보다 늦어지는 탓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시영과 오정세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지만 관객들이느끼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서는 약한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사용 설명서’는 예상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결말에, 손발이 오글거리는 장면들도 무수히 많지만 남자들 사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 이제는 남자들을 위한 ‘여자 사용 설명서’도 등장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여하튼 향후 이 교본들을 통해 모든 싱글들이 쌀쌀한 가을에 좋은 짝을 만나 따뜻하게 지내기를 기원해본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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