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료 보험제제, 국가적 관심 갖고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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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료 보험제제, 국가적 관심 갖고 지원해야”
  • 승인 2013.09.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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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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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8일 토론회서 ‘중국의 단미과립제 현황’ 발표하는 윤성중 경희장수한의원 원장


최근 한의계가 겪는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학회나 포럼 등에서는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한약제제 관련해서는 한의계가 반드시 넓혀야 할 시장이라는 의견이다. 윤성중 원장(경희장수한의원·50)은 오는 28일 서울성모병원 본관에서 개최되는 ‘기성한약서와 한약제제 토론회’에서 중의약계의 상황과 단미과립제 산업, 임상 현황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윤 원장을 만나 중의약계 현황과 우리 한의계가 나아가기 위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단미엑스산제 확대 시급…중국-대만-일본에 비해 현실 열악


 ◇열악한 한방의료보험제제 시장을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된다고 강조하는 윤성중 원장.
▶중국 단미과립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경희대학교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이셨던 이상인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교수님은 우리나라 최초로 단미엑스산제와 탕제의 약효 동등성(同等性) 관련 연구를 수행하셨던 분이다. 가까이서 단미엑스산제의 의료보험 적용 과정을 지켜봤고, 최근까지 한방의료보험용 제제의 확대 문제에 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복합제제 보험 확대는 약사와의 분업 문제가 걸려 있다. 이는 곧 첩약 분업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복합제제의 의보 확대가 쉽지 않았다. 최근 첩약의료보험을 둘러싸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논쟁이 격화되는 것을 보면서 한방의료보험에 품질이 뛰어난 단미엑스산제를 확대시키는 것이 첩약의보 논란을 종식시키고 한의계에 더 유리하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또한 단미과립제는 한의계에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7년 한방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한방의료보험용 단미엑스산제 68종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단미엑스산제의 조제가 불편하다고 하여 이를 혼합한 지금의 ‘혼합엑스산제’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의 단미과립제 시장현황은 어떠한가.
중국 단미과립제의 정식 명칭은 중약배방과립(中藥配方顆粒)이다. 면전중약음편(免煎中藥飮片)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것은 탕제와 달리 몇 가지 단미과립제를 간단히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단미과립제가 병원 처방의 약 6%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시장 규모는 해외 수출분 포함 우리 돈으로 1조원을 넘었다. 중국 중성약 전체 시장 규모가 우리 돈으로 80조원을 넘는 것에 비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연 3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민들도 단미과립제가 첩약보다 30~50%정도 비싸지만 단미과립제의 복용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최근 베이징시를 비롯한 각 성에서 단미과립제의 의료보험 적용을 넓히고 있어서 발전 전망이 밝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내 시장현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한방의료보험용 제제 시장은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 2002년 한방의료보험 약제비가 39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매년 감소해 2009년에는 190억원에 불과했고 2013년 전체 한의사를 1만9000명으로 본다면 한의사당 연간 100만원도 취급하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약제비가 월 평균 8만3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이는 정상적인 구조의 한방진료라고 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와 의료제도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2010년 우리 돈으로 약 2500억원의 약제비를 기록했다. 총 한방진료비의 31.8%를 차지했다. 대만은 인구대비 우리나라보다 25배 이상의 의료보험용 한방제제를 사용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정상적으로 약 30%정도의 약제비를 보험급여에서 가져와야 한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001년 중국 국가약품관리국은 중약배방과립관리잠정규정을 발표, 6개 제약회사를 선정해 우수한 단미과립제 생산을 위한 국가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규정은 제약회사의 GMP 인증을 강제하고 있으며, 400종 이상의 단미제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12년도 중국 광동성 중약연구소와 천강약업(天江藥業)의 연구진들은 ‘중약배방과립 산업화 관건기술 연구와 응용’ 프로젝트를 완성해 723종의 단미과립제의 생산과 응용에 관한 연구를 마쳤으며 품질평가를 위한 적외선지문도보(IR finger print)도 완성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현 68종 이외의 단미제에 대한 품질평가 연구에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 ‘중국약전’의 지표성분을 참고할 수 있겠고, 아직 지표성분이 없는 단미제의 경우에는 적외선지문도보 등 현재까지 개발된 천연물의 품질평가법을 도입해야 한다.
중국은 2010년 열린 세계중의학회연합회에서 ‘중약배방과립국제조직표준(中藥配方顆粒國際組織標準)’을 만들어 단미과립제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단미과립제의 국제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로 한약제제는 각국 보건당국의 규제가 심하여 처방이 쉽지 않으므로 서구의 병-의원에서는 중국 단미과립제의 활용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중국 단미과립제의 장점은 무엇이고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단미과립제의 장점은 무엇보다 전통 한의학 이론에 따른 변증용약이 가능하고, 가감이 용이하다. 또 용량이 적어 휴대나 복용이 편리하고 장기 보관도 유리하며 제품 규격이 통일돼 안정적인 약효 발현이 가능하다. 약재 품질이나 기원, 포제 등의 변수가 많은 탕제에 비하여 신뢰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또 응급 상황에서 한약의 투여가 편리하기도 하다.
단점으로는 완전한 연구는 아니지만 ▲부자 단미과립제가 부자와 건강, 감초의 복합탕제보다 혈압상승 등 심장 독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점 ▲대황 단미과립제가 대황과 감초의 복합탕제보다 고미(苦味)가 더 강하다는 점 ▲산두근 단미과립제가 복합탕제보다 오심(惡心) 현상이 더 심하다다는 문제점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복합탕제의 단미과립제에서 보이지 않던 유익한 성분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는 향후 연구가 더 진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여태까지의 약효동등성 연구에서 진일보해 이러한 세밀한 부분까지 연구가 진행돼야 하겠다.

▶단미과립제의 활성화 등 제형변화에 유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단미엑스산제의 종류 확대가 시급하다. 중국에는 이미 600여종의 단미과립제가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소 300종 이상의 단미제가 생산, 유통돼야 한다. 또 10종 한약서의 근거가 있는 처방은 이를 혼합한 혼합엑스산제도 자유롭게 공급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대만처럼 최소 200여종이상의 처방과 300종이상의 단미제가 다양한 제형으로 유통돼야 한다.
실제로 대만 의료보험에서는 대황농축정(大黃濃縮錠 340mg), 마황농축정(麻黃濃縮錠), 황련농축캡슐(黃連濃縮膠囊) 등 다양한 제형으로 단미제를 만들어 임상에서의 활용과 복약의 편리성을 위해 배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대만은 인구 2300만명에 중의사 수가 6000명도 안 되는 나라임에도 이처럼 잘하고 있다.
또 하나, 단미엑스산제는 조제가 간편해야 한다. 1980년대 단미엑스산제를 접했을 때의 첫 느낌은 조제가 불편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임상에서 사용해보니 조제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었다. 최근의 중국 단미과립제 조제실에서는 자동조제기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부 제약회사에서는 1회 복용량 3~10g 단위로 소포장 해 단미과립제 전용 한약장과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제약회사에서 먼저 나서서 단미과립제의 조제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는 28일 진행되는 토론회에서는 주로 어떤 내용을 발표할 것인가.
중국의 중의약계에 대한 간략한 현황 소개와 단미과립제 산업과 임상 현황에 대한 소개가 있을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의 고대 도량형에 관한 소개도 하고자 한다. 도량형에 대한 이해는 고서에 수재된 한약제제의 개발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보험제제 개선을 위해 한의계가 나가기 위한 방향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의료보험제제는 국가 의료의 기본 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지금처럼 고시 하나만 만들어 놓고 한방의료보험제제에 대한 어떠한 관리나 지원이 없었다는 것은 국민 건강에 대한 국가의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단미엑스산제의 가격이 26년 동안 동결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을 무시하는 행정이다. 단미엑스산제가 여태껏 하나도 추가되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국가의 한방의료보험제제에 대한 무관심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웃나라 중국, 일본, 대만은 한방의료보험제제에 대해 국가적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한방의료보험제제에 대해 지원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의약제제 산업의 발전은 국민 건강에 기여할 뿐 아니라, 창조경제의 하나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본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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