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운명, 이 얼굴 안에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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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운명, 이 얼굴 안에 있소이다
  • 승인 2013.09.1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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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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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관상
몇 년 전 신문에 연재되었던 허영만 화백의 ‘꼴’이라는 만화를 읽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있던 관상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작품이었지만 의외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더 이상 공부를 진척시키지는 못했지만 얼굴을 통해 한 사람의 운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이라면 특별히 관상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데 이처럼 사람의 얼굴은 삼라만상이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에 누구나 성형에 의지 하지 않고, 마음 가꾸기로 얼굴에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출연 : 송강호, 백윤식, 김혜수, 이정재, 조정석, 이종석
이처럼 사주팔자와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관상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추석 극장가에 개봉되면서 벌써부터 관객수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관상’은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탄탄한 시나리오에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를 통해 독특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올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극대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은 처남 팽헌(조정석)과 아들 진형(이종석)과 함께 산속에 칩거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관상 보는 기생인 연홍(김혜수)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하게 되고,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 후 용한 관상쟁이로 한양 바닥에 소문이 돌던 무렵, 내경은 김종서(백윤식)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가게 되고, 수양대군(이정재)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관상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빼앗았던 계유정난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을 연계한 팩션 형식의 영화인 ‘관상’은 초반부의 경쾌함이 영화가 시작된 지 한 시간 후에 수양대군이 등장하면서부터 진지해진다. 그러나 자칫 영화가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로 출연했던 조정석과 송강호 콤비의 활약으로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전해주면서 극적인 재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사극영화답게 배우들의 의상에서부터 세트 공간 등에도 세세하게 신경 쓰면서 멋진 영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 결정되어져 있는 역사적 결말 속에서 이야기가 방향성을 잃고 있으며, 2시간2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또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부분들을 출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커버하고는 있지만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영화인 ‘관상’을 통해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족들의 얼굴을 관상학적으로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즐거운 추석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즐거운 추석을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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