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몰고 왔던 바로 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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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몰고 왔던 바로 그 영화
  • 승인 2013.10.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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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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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뫼비우스
영화 한 편이 제작되어서 대중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흥행을 목적으로 하여 제작된 상업영화의 경우 별다른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예술영화나 저예산 영화 같은 경우에는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것만으로 상영할 극장을 잡지 못하거나 표현 수위와 내용 등으로 인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대중들을 쉽게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감독 : 김기덕
출연 : 조재현, 서영주, 이은우


김기덕 감독의 신작인 ‘뫼비우스’가 이번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전용관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영불가와 똑같은 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개봉 전부터 많은 논란거리를 낳았던 ‘뫼비우스’는 결국 감독 스스로 3분여 가량의 장면을 삭제하여 개봉할 수 있었다.

‘뫼비우스’는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배웠던 ‘뫼비우스의 띠’를 생각하면 영화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조재현)의 외도에 증오심에 차 있던 아내(이은우)는 남편에 대한 복수로 아들(서영주)의 성기를 잘라낸다. 남편은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하지만 결코 회복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모든 원인이 된 자신의 성기를 절단하고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그 결과 잠시 어느 정도 상처가 회복되지만 완벽하지 못하고 아들과 슬프게 살아가던 어느 날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아오게 된다.

줄거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뫼비우스’는 심심풀이 땅콩식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문을 박차고 나갈 만한 영화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매우 불친절하고 불편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곱씹어 보면 영화에서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단순히 성에 집착하는 가족들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욕망과 그것을 거세당한 사람들, 그리고 욕망에 대한 질투를 느끼는 가족 등의 모습이 뒤엉키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대사가 전혀 없는 무언극 속에서 동물적인 음성만이 들리는 독특한 영화적 형식은 관객들에게 매우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영화에 집중하다보면 그들이 하고자 했던 대사들을 관객 스스로 되 뇌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기덕 감독의 초기 페르소나였던 조재현의 안타까운 아버지 연기와 열여섯 살이지만 여러 어려운 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해 낸 서영주, 엄마와 동네 슈퍼 여자를 혼자 다 소화해낸 이은우의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매우 어려울 수 있었던 영화를 그나마 쉽게 볼 수 있게 해준다. 김기덕 감독이 직접 각본과 촬영, 편집, 연출까지 한 ‘뫼비우스’는 여타의 작품들처럼 잘 만든 매무새도 아니고, 여러모로 낯선 영화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관객들에게 영화의 엔딩 장면처럼 모호한 미소를 띠우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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