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동의보감’ 편찬사업 진행하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권오민 문헌연구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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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동의보감’ 편찬사업 진행하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권오민 문헌연구그룹장
  • 승인 2013.10.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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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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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발전해 온 한의학, ‘신동의보감’으로 다시 쓰여진다”

「동의보감」은 당대 최고의 의서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우리 전통문화유산이다. 동의보감이 편찬된 지 4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의학도 수없이 많은 발전을 해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문헌연구그룹에서는 시대에 발맞춰 동의보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동의보감’ 편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오민(46) 그룹장을 만나 ‘신동의보감’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의보감 정신 이어 받아 새로운 가치 창조”


▶먼저 문헌연구그룹을 소개해 달라.
문헌연구그룹은 전통의학문헌의 현대적 번역, 정리 및 한의학 기초이론을 분석하고 전통의학 지식정보의 현대화 및 활용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그동안 고전국역총서, 허준의학전서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전통의서를 발굴, 번역, 보존하는 작업을 시행해 왔으며, 동의보감 영역화 사업을 통한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동의보감 편찬 이후 현재까지의 한의학 지식을 집대성하는 ‘신동의보감’ 편찬사업과 효과적인 고문헌 정보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 ‘한의고전지식 DB 서비스’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신동의보감 편찬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동의보감의 우수성은 전 세계가 인정했고 현대 한의 임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이다. 하지만 현대 한의학이 아직 동의보감에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의보감 발간 이후 지난 400년간 한의학은 수없이 발전해왔으나, 17세기 허준 선생께서 편찬했던 것처럼 동아시아 전통의학을 집대성해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서적은 없었다. 동의보감의 정신을 이어받아 변화·발전하는 한의학 지식을 집대성하고, 상충하는 이론들의 정반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 이것이 ‘신동의보감’ 편찬 사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다.

▶신동의보감이 400년 전에 출간된 동의보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신동의보감은 당대 의학이론을 조선의 실정에 맞춰 임상적으로 유효하게 정리한 동의보감 정신을 이어받되, 실제 집필에 있어서는 현대 의학적 필요성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자 했다.
따라서 구성과 내용에 있어서 허준의 동의보감과는 차이를 보인다. 동의보감 이후 후대의 의학이론을 증보하는 한의문헌 분야와 현대에 한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한의 임상지식 및 그동안 축적돼 온 한의학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현대 한의학 분야로 나누어 집필되고 있다. 한의문헌 분야에서는 동의보감을 한글로 번역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현대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또한, 동의보감 이후에 나온 한의문헌지식을 비교·분석해 새로운 의학지식과 치료술을 동의보감 목차에 맞춰 증보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현대 한의학 분야는 기초한의학, 임상한의학, 한국형 한의학으로 세분화 된다. 기초한의학은 본초·방제, 경혈·침구에 관한 자연과학적 연구 성과를 임상에 중요한 지식위주로 통합해, 한의 진료에 필요한 의학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한의학은 증후·질환에 대해 구체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임상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하며, 한국형 한의학은 한국 고유의 의학이론과 진단·치료기술(사상의학, 부양론, 사암침 등) 및 현대에 새롭게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 다수의 의료기술(한방음악치료, 레이저침 등)들을 정리하고 있다.

▶신동의보감의 분량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신동의보감은 서적과 웹 두 가지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며, 웹 특성상 분량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서적은 웹의 내용을 압축적인 형태로 요약, 정리해 제공할 계획이다. 서적의 경우 한의문헌 분야는 동의보감의 약 2배정도, 현대 한의학 분야도 한의문헌 분야와 비슷한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필 기준 및 필진들은 어떻게 구성됐나.
초기 1년간 ‘신동의보감’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해 범한의계 의견을 수렴했다. 3차례에 걸친 신동의보감 심포지엄과 2차례의 전국한의사 설문조사, 20여 차례가 넘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한의계 의견을 모았다.
집필진 구성에 대해서는 대한한의사협회에 등록된 한의사 1만5456명을 대상으로 2012년 10월10~31일 사이에 이메일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각 분야 전문학회의 추천인사가 임상개원의들의 의견을 수렴해 집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161건(64.7%)으로 가장 높았다. 따라서 집필진은 최대한 전문학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으며, 전문학회의 추천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특정한 집필분야에서 특별한 적임자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신동의보감 편찬위원회’를 통해 선임했다.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신동의보감 집필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지금은 집필의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분야별 차이가 있으나 목표한 집필 범위의 20% 정도가 초고 형태로 집필 완료됐다고 할 수 있다. 사업 기간이 정해져 있어, 달성해야 할 집필 범위를 설정하긴 했으나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초기 집필에 참여한 소회를 얘기하자면,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이라는 방대한 책의 대부분을 집필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편찬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의학지식을 집필해야 현대의 의학적 필요성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가라는 문제였다. 신동의보감을 어떤 형태로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근거중심의학이 현 시대의 요구라고 표현하는 의견도 있었고, 한의학의 원류적인 모습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또, 어떤 분들은 한의학의 미래적인 모습을 고려해 한·양방이 통합된 모습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에 따른 의견들을 조율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신동의보감 편찬 목적 중 하나가 한의학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의학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동의보감 이후 고문헌을 현실에 맞게 재해석한다는 의미, 둘째 현대의학을 관통하는 중심축인 근거중심의학(EBM)을 한의학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한 것이다.
동의보감에 ‘전녀위남법’, ‘은형법’등 현대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다. 이러한 내용들로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오해를 해소하고자 시대문화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전통의학 분야에서도 실험적, 임상적 연구성과가 축적돼 왔지만 임상한의사들이 진료를 하는데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는 연구 결과가 전문적이고, 자료의 접근이 어려워 임상의들이 임상에 응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
신동의보감에서는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임상한의사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석, 정리해 제공하려고 한다. 기존에 진행됐던 연구들을 분야별로 나누어서 본초, 경혈, 침구, 방제 등 한의치료기술의 실험적 연구성과, 증후·질환별 임상적 연구성과와 한의 신의료기술 등 한의계 연구성과를 수집 정리 중에 있다.

▶신동의보감의 편찬으로 한의계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으로 보나.
현재 한의학에는 다양한 이론체계가 존재한다. 진료의 다양화라는 것은 맞춤의학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진료의 질을 보장하고 국가의료체계에서 의료로서의 역할을 위해서 이론-진단-치료의 표준화는 필수다. 신동의보감은 그동안 축적된 한의학 연구성과를 집대성하고, 일정한 기준을 통해 이론의 표준을 정립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신동의보감’은 서적과 웹 2가지 형태로 구현하려고 계획 중에 있다. 웹이라는 것은 저자의 일방향 지식 제공이 아닌, 저자와 독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형태, 지속적 업데이트가 가능한 형태를 의미한다. ‘신동의보감’을 통해 변화·발전하는 한의학 지식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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