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재개봉, ‘웃픈’ 아날로그 속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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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재개봉, ‘웃픈’ 아날로그 속 추억
  • 승인 2013.11.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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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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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8월의 크리스마스
‘1998년에 당신은 누구와 사랑을 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15년 만에 재개봉 되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옛 추억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감독 : 허진호
출연 : 한석규, 심은하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한석규)은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 주차 단속요원 다림 역시 단속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드나들던 사진관의 주인 정원에게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바로 전송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인 2013년에 아날로그 세상을 그리고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모든 것이 빠르고 즉각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허진호 감독의 느릿느릿하면서 감정이 절제 된 멜로 영화가 제대로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세월을 초월하기에 관객들의 반응에는 큰 차이가 없고, 이미 허진호 감독의 여타의 작품을 봤던 관객들이라면 그만의 멜로 연출이 낯설지 않게 다가올 수도 있어 의외로 감성 멜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15년이 지난 후 보게 되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현재 배우 생활을 은퇴한 채 평범한 주부로서 살고 있는 심은하와 훈남 이미지인 한석규만의 풋풋한 사랑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자신이 떠나고 난 후에 홀로 남을 아버지를 위해 리모컨 사용법을 알려주는 장면은 이 영화가 어떤 결말로 끝날 것인지를 예감하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둘만의 알콩달콩한 사랑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요즘 말로 웃픈(웃고 있지만 슬픈) 표정을 짓게 한다. 이처럼 ‘8월의 크리스마스’는 지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멜로 영화감독이 된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멜로 연출 스타일을 구축된 작품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고, 우리나라 작품 중에 재개봉되는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도심의 거리를 멋지게 수놓고 있는 가을에 옛사랑을 추억하면서 다시 한 번 볼만한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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