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막아도 마누라는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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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는 막아도 마누라는 막을 수 없다
  • 승인 2013.11.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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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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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스파이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제작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작사는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들게 되고, 투자사는 최대한의 수익을 남기기 위해 캐스팅 같은 제작 부분에 관여하게 된다. 그로인해 자신만의 확고한 연출세계를 갖고 있는 감독의 경우 이런 투자사의 개입이 달갑지 못해 제작과정 중 크고 작은 마찰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현실은 소수의 감독을 제외하고는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사의 관여 또는 개입을 받으며 영화를 제작할 수밖에 없는데 작년에 드디어 그동안 곪았던 문제가 한국적 스타일리스트인 이명세 감독의 작품 제작 과정 속에서 터져 버리면서 영화계에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감독 : 이승준
출연 : 설경구, 문소리, 다니엘 헤니, 고창석

항상 독특한 비주얼을 보여주면서 미장센의 대가로 불리는 이명세 감독의 초반 촬영본을 본 투자사에서 흥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제작과정에 관여하게 되었고, 이에 감독이 작품에서 중도하차하면서 법정 공방까지 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 와중에 ‘미스터 K’였던 작품은 신인감독이 대신 연출하게 되면서 올해 추석 때 개봉했던 ‘스파이’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파이 김철수(설경구)는 마누라 영희(문소리) 앞에만 서면 쩔쩔매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편이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나랏일을 한다. 출장을 밥 먹듯이 하는 탓에 아이가 없다. 그래서 2세를 만들기 위해 병원에 가고, 그곳에서 날을 받지만 의문의 테러가 발생하면서 진상 파악을 위해 태국으로 출장을 떠나게 된다. 철수는 위험천만한 그 작전지에서 종횡무진하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영희를 보게 된다. 특히 그녀는 모든 작전지마다 잘생긴 의문의 사나이 라이언(다니엘 헤니)과 함께 나타나 철수의 애간장을 태운다.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통해 호흡을 맞추면서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로 성장했던 설경구와 문소리가 10여년 만에 부부로 출연하고, 항상 따뜻한 미소로 수많은 여성 관객들에 어필했던 다니엘 헤니가 악역으로 출연하는 등 캐스팅 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던 ‘스파이’는 앞서 언급한 영화의 전후사정을 알지 못하는 관객들이라면 그저 웃으며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이명세 감독의 스타일을 아는 관객들은 만약 이 영화가 원래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표현 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1994년에 개봉되었던 할리우드 영화인 ‘트루 라이즈’와 매우 유사한 내용으로 전개되어 표절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가중되면서 개봉 당시 말이 많았지만 주연배우들의 능숙한 연기와 다니엘 헤니의 악역 연기, 고창석, 라미란 등 조연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추석연휴에 볼 수 있는 가족영화라는 점으로 330만 명의 관객들을 모으며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던 작품이다. 물론 계속 아쉬움이 남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첫 눈과 함께 찾아온 추위 속에서 가족들과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에는 무난한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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