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본부 이상훈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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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국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본부 이상훈 선임연구원
  • 승인 2013.12.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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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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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약지식 적극 보존하고 지식자원화해야”

지난달 26일 한국한의학연구원 주최로 ‘전통지식으로서의 민간요법의 가치와 보존’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은 국내·외 민간요법의 발굴, 보존, 지식자원화와 관련된 최신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현안과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한국 내 민간의약 지식 보존사업의 현황과 미래 방향’를 주제로 발표한 한국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본부 이상훈 선임연구원에게 전통의약요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간요법 기반 신 의료기술, 미래 의료시장 대응 핵심 전략 중 하나”


◇소멸직전의 전통의약지식을 적극 보존해 미래 의료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상훈 선임연구원.

▶전통의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한국의 한의학과 민간요법은 매우 특수한 관계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국가가 민간에 단방이나 구급방 등의 의서를 제작, 보급해왔으며 지식인층에서도 민간에 의술을 보급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계속 있었다.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당시 일반적인 조선인에 대한 의료혜택이 사실상 전무하자 민중들에게 쉽게 쓸 수 있는 한의학에 기반한 단방 요법 등이 대안으로 깊이 자리 잡게 됐고, 이러한 현상은 한의학이 주류의학이 되고 의료보험으로 손쉽게 이용 하게 된 현대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대학시절과 개원의 시절에 민간에서 재유입된 심주섭식 뜸 요법, 봉독요법, 눈침요법, 석호침법 등 정식 교과과정에서 취급되지 않았던 다양한 종류의 한의학 요법들을 접했는데, 이는 한의학이 일제 강점기동안 민간으로 흩어졌다가 해방 후 한의사 제도가 재정비 되는 과정에 누락된 많은 기술들이 민간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음을 파악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의약 지식보존 사업 현황은 어떤가.
최근까지 전통의약 지식과 관련된 본격적인 연구는 사실상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1997년 발간한 ‘민간의약’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2009년 발간한 ‘한국 침법 발굴조사 보고서’가 유이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민간차원에서는 문화방송에서 1988년에 발간한 ‘민간요법 대전’이 가장 방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 외에 국립식물원의 ‘한반도 민속식물’시리즈나 농촌진흥청의 ‘농촌 구전 전통지식자원의 조사와 활용’ 보고서 등이 있으나 전통 의약 지식이 일부 수록돼 있는 것에 불과하며 아직 체계적인 사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2010년 민간요법 활용기반 구축사업을 시작으로 2013년 민간요법 발굴보존 및 DB구축을 통한 지식자원화 사업 등 본격적인 지식보존 사업에 집중한 바 있다. 또 WIPO(국제 지식재산기구)의 전통지식 분과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및 DB구축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국내에 도입해 체계적인 전통의약지식 보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의약지식의 미래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지.
미래의료는 공급자 주도의 의료시장에서 소비자 주도 의료시장으로, 병원 중심의 의료에서 가정 중심의 의료로 변화해 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간요법으로 대표되는 전통의약지식은 이러한 미래 의료 트렌드에 매우 잘 부합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민간요법에 기반한 신 의료기술 창출은 향후 소비자중심의 미래 의료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소멸 직전의 전통의약지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또한 이를 지식 자원화해서 해외 기업들의 우리나라 전통의약지식침탈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

▶관심 있는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
의료정보 빅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있다. 한의학의 이론체계들은 인체 내에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들을 몇가지 알고리즘으로 단순화 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해 인체 생리의 빅 데이터분석을 위한 Machine Learning 알고리즘들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양이론은 Support Vector Machine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며 비류취상은 Aporiori 알고리즘 등의 연관규칙 탐색, 체질이론은 K-Mean Clustering 등의 군집분석 방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의가들은 자신이 경험한 수많은 임상경험을 데이터로 해 슈퍼컴퓨터에 의해 빅데이터 분석을 수행했다. 이제는 이러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알고리즘과 컴퓨터의 발달로 더 정교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한의사들의 진료기록을 한꺼번에 일괄처리 할 수 있도록 한의 진료 기록지의 정량화 및 최소 측정 지표의 표준화 등의 다양한 선행 작업이 필요하며 이 또한 관심 대상 중 하나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의학을 연구하는 인력은 현대의학에 비해 만분의 일도 안 된다. 한의학 연구원과 일부 대학의 연구 성과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또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중요한 Source라는 인식을 함께 공유하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한의학 연구 역량은 더욱 커져갈 수 있을 것이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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