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의 일침(一針)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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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일침(一針) “안녕들 하십니까?”
  • 승인 2014.01.0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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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안종주

mjmedi@http://


안종주 칼럼
안 종 주
전 ‘한겨레신문’
보건복지전문기자
보건학 박사
2013년도 마지막을 뜨겁게 달구었던 말은 단연 ‘안녕들 하십니까?’일 것이다. 한 고려대생이 학교 안에 붙인 대자보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는 대학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여고생을 포함한 일부 고등학생들도 대자보 유행에 동참했다. 거리의 전봇대에도 이를 잇는 시민들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안녕들 하십니까?’의 시작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과 밀양 송전탑 사태, 철도 파업 등 우리 사회를 암울하게 만든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 즉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표출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분열하는 박테리아처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안녕하지 못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한두 직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계만 하더라도 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등 많은 직종 종사자들이 나름 안녕하지 못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한의사와 한의계 종사자들이 가장 안녕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한의사 여러분! 한의계 종사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을 향한 ‘안녕들 하십니까?’는 아마 2014년에도 그 열풍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를 안녕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암적 존재를 깨끗하게 도려내지 않는 이상. 사실 한의계가 안녕하지 못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은 아니다. 정확한 시점을 콕 찍기는 쉽지 않지만 제법 상당한 시간 전부터 안녕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또한 한의계가 배태하고 있는 악성 종양, 즉 한의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확실하게 제거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임에 분명하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그 걸림돌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무엇부터 제거할 것인가 등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때론 냉철한 분석을 할 것이다, 때론 매서운 채찍을 들 것이다. 때론 분노를 표출할 것이다. 때론 소통을 할 것이다. 때론 따뜻한 포옹을 할 것이다. 때론 전략을 말할 것이다. 우리 한의계가 왜 보건의료계의 다른 직종 종사자들보다 더 안녕하지 못한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한의계가 지금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환자, 즉 국민(모두가 잠재적 환자라고 볼 때)이 왜 한의원을 찾지 않는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국민들은 한의계를 얼마만큼 신뢰하는지,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따위를 과학적이고도 정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찾아내야 한다.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역학자가 미생물 배양, 통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병인체를 찾아내듯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병인을 찾아냈다면 그 병인과 환자에 걸맞은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몸이 워낙 허약해져 있어 수술을 감당할 수 없는 환자에게 대수술을 감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환자를 바로 죽이는 길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일단 환자가 몸을 잘 추슬러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 만약 환자가 감염병을 앓고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고 그 감염병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 감염병의 병원체가 건강한 사람에게 쉽게 전파되는 것이라면 격리(콰란틴)와 같은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 또 만약 당뇨, 비만, 고혈압 등 생활습관으로 인한 질병이라면 생활습관 자체를 바꾸어주어야만 한다. 한의계가 앓고 있는 병(위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는 아직 한의계가 안고 있는 질병(위기)의 정체를 완전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의 정확한 모습은 지구 안이 아닌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더 잘 볼 수 있듯이 한의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필자 같은 사람이 되레 한의계를 더 잘 파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 30년 전에 과학·의학전문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디딘 뒤 오랫동안 우리 보건의료계와 한의계를 지켜보았기에 적어도 일침을 놓을 수 있는 자격은 있다고 본다. 필자의 칼럼 ‘일침’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한의계에서 하루라도 빨리 떼어내는데 일조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 약력>
서울신문 과학/의학전문기자, 한겨레신문 사회부장, 보건복지전문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현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서로는 「에이즈 엑스화일」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인간복제 그 빛과 그림자」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증폭사회」 등이 있다. 현재 ‘내일신문’과 ‘프레시안’ 등에서 고정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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