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권-건강권 위한 법익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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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명권-건강권 위한 법익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
  • 승인 2014.01.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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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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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의사의 안압측정기 등 의료기기 사용 합헌’ 헌재 결정 이끌어낸 하미경 원장
사건 의료기기는 현대공학적 산물, 급여항목 등재 노력하고
적극적인 의료기기 사용으로 의료행위의 한계 뛰어넘어야


지난해 말 한의계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은 2012년, 한의원에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의 의료기기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판결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박용신(밝은눈한의원)-하미경 두 한의사가 헌법소원을 제기한데서 시작됐다. 하미경 원장(49·하성한의원)에게 얘기를 들어봤다.

▶이번 판결의 발단은 무엇인가.
2011년 9월 28일 서초보건소에서 한의원에 지도점검을 나왔다. 안과협회의 고발을 접수한 것이다. 안검사기 사용을 확인한 보건소에서는 ‘한의사 면허 외 의료행위’로 10월 10일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고 서초경찰서에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위반으로 고발조치했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통한 검진을 할 수 있게 된 것에서 더 나아가 의료보험의 급여 항목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하미경 원장.


복지부에서 행정처분 사전통지(면허 자격정지 3개월)가 나왔으나 사법처리 결과에 따르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방대한 양의 소명자료를 준비해서 4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시 청력검사기를 함께 조사해 달라고 직접 요구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2년 2월 22일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그런데 검찰에서 3월 21일 다시 의료법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결과를 통지했다.

▶기소유예 결정이 난 후 재판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검찰의 기소유예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조건 헌법소원을 준비하기로 결정하고 평소 친분이 있던 법무법인 화우의 대표변호사에게 부탁을 했고 적은 수임료로 흔쾌히 변호를 맡아주었다.

2012년 6월 19일에 기소유예처분취소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고 변호사와 의논해 1차 보충서를 내면서 한의사협회에 요청해 자료 협조를 받았다. 한의대에서 가르치는 의료기기 관련 교육자료, 해부학 교육자료, 관련 논문자료 등이었다.

1차 보충서로 안심이 안 돼 2차 보충서를 제출했다. 2차 보충서에서 초점을 둔 부분은 환자와 한방의 과학화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 여론 등 사회적 통념의 변화였다.

또 한의원에서 귀, 눈 질환을 치료받은 환자들의 자필 치료후기와 사회적 여론을 반영하는 언론보도자료 등이 첨부됐다.

▶재판 준비과정 중에 어려웠던 점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선배 한의사들, 교수님들, 협회 임원진들로부터 우려의 말씀을 듣게 됐다. 승소 가능성이 10%도 안 된다고 했다. 만약 지게 되면 나중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어 한의계에 피해를 주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가장 압박감이 큰 부분이었다.

고민 끝에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와 의논했다. 승소하기가 불가능한 시점이라면 전체 한의계를 위해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했을 때 변호사는 “전 국민을 위해 이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하고,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안 된다면 대국민 홍보활동을 통해서라도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때다. 끝까지 싸워서 국민들의 공감을 쟁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씀하시며 큰 힘을 실어주셨다.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를 섭외해 2차 보충서를 내기로 결정했고 누구의 지원도 받을 수 없었기에 금전적인 부담이 컸지만 감사하게도 변호사께서 1/10도 안 되는 수임료로 변호를 맡아주셨다.

▶재판부에 어필한 점은 무엇인가.
의료법이 무면허의료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보호하려는 법익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이므로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금지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사건 의료기기는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계이므로 국민의 생명권,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전혀 없다.

검찰은 기소유예 이유에서 의료법 제2조 제2항(한의사는 한의학적 이론 및 한방원리에 입각한 의료행위를 하여야 한다)에 의거, 진단방법이 한의학에 기초를 두고 있는가 아니면 서양의학에 기초를 두고 있는가에 따라 유사한 사건들에 대한 판결이 이루어진 선례가 있고, 서양의학이론에 기초를 둔 검사기기들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 외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 의료기기는 한방이나 양방의학적 지식에 입각한 것이 아닌 현대공학적 발전에 해당한다.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에서는 한의약의 정의를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환자의 질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내는 진찰행위는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한의사에게만 이를 금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의사도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그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협회나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의사가 직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의료법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의사 면허취득 후 직능교육 프로그램들이 개발돼야 하며 정당한 의료행위의 범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한 검진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검사비를 받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의료보험의 급여 항목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나 보건소 등 행정공무원의 인식변화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노력해줘야 한다. 한의사로서 이런 일을 겪으면서 불필요한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가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보건 행정 공무원이 법리를 잘 이해하고 한의원의 감시자가 아니라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또 협회뿐만 아니라 한의사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의료기기를 임상에 활용하는 한의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쉽다. 환자의 만족도를 위해 적극적인 의료기기 사용으로 이전의 한의사들이 행한 의료행위의 한계를 뛰어넘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의사들의 의료행위가 과학화, 현대화됨으로써 한의학의 진가를 발휘해내는데 일조했으면 좋겠고 그것이 당면과제다.

▶의협이나 안과협회의 반발에 대한 입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 양한방의 교류와 협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통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측정자, 눈금을 공유하지 않고 한양방이 어떻게 상호보완적인 것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 융합이 되거나 보완이 되려면 측정단위, 기준이 동일해야 한다. 공통분모를 가지려면 의료기기의 꼭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고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의료기기 사용 등으로 소송에 휘말리게 될 한의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정책은 한 나라의 살림이므로 한의계의 이권에만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 국민과 환자를 위해 얼마나 정당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생각과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한의와 양의 간 이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입장에서 정당하고 바르게 세워져야 할 의료법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10번에 1번을 이기더라도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계는 도전하고 극복하면 된다. 만약 승소를 못하더라도 모든 한의사들이 여론의 관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헌재 결정의 핵심은 현대적인 의료기기의 사용을 전통적인 망진(자동시야측정장비,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문진(청력측정기), 절진(자동안압측정장비)의 일종으로 판단하여 한의사의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제 한의학은 수백년 전의 방식대로 인간의 오감만을 이용해 환자를 진찰하는 망진, 문진, 절진 방식에서 벗어나 시대적 해석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변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기본적인 의료법의 관점의 변화는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견인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 변화는 또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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