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최초 흑인 감독 최우수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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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최초 흑인 감독 최우수작품상
  • 승인 2014.03.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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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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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노예 12년
우리나라 시간으로 3일 미국 영화인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사실 세계 3대 영화제는 따로 있지만 전 세계 영화관객들은 너무나 익숙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필자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3월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감독 : 스티브 맥퀸
출연 : 치웨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루피타 뇽, 브래드 피트

그 첫 번째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최초로 흑인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써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이다. 특히 얼마 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염전 노예’ 사건과 맞물리면서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노예 12년’은 70년대 후반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뿌리’와 더불어 노예 제도를 다룬 동명의 책을 각색한 작품이자 저자의 실제경험을 다룬 실화라는 점에서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840년대 미국에서는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흑인 납치 사건이 만연하게 된다. 그로인해 1841년 뉴욕에서 아내와 두 명의 자녀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누리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어느 날 나타난 사람들에 의해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간다. 그가 도착한 곳은 노예주 중에서도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였고,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던 그에게 노예 신분과 ‘플랫’이라는 새 이름이 주어진다. 그리고 그는 두 명의 주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게 되면서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사실 책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려고 할 때 노예 제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택하는데 있어 약간의 주저함을 비롯하여 대강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짐작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즉 노예 제도에 항거해 한 몸 희생하는 노예나 격렬한 노예들의 반란 등은 등장하지 않고, 단지 백인 주인의 명령에 순응하면서 살고 있는 노예들의 삶을 보여줄 뿐이다. 그로인해 누군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극적인 하이라이트는 존재하지 않는 영화이기에 매우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점은 이 영화만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늘 봐왔던 극적인 양식을 따르지 않고, 실화답게 마치 관객이 관찰자가 되어 그들의 일상을 엿보는 다큐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면서 흑인 노예 제도의 실상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전반적으로 열린 화면의 영상이 많은 편이며, 특히 널따란 자연의 풍광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매우 아름답게 보여지지만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흑인 노예들의 모습은 가슴 한 편으로 찡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주인공 치웨텔 에지오포 뿐만 아니라 백인 주인 역할을 한 마이클 패스벤더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영화 후반부에 깜짝 출연하는 브래드 피트 등의 배우를 한 작품 안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노예 12년’의 또 다른 매력이다. 브래드 피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을 때 함께 하기도 해서 많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그는 이 영화의 제작자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노예 12년’은 여우조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하면서 2014년 아카데미 3관왕의 명예를 얻었고, 격렬함 대신 덤덤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가슴 아팠던 역사를 표현하면서 백인 중심 사회에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사건들로 인해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 어디서나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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