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겨진 우주에서의 생존 위한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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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우주에서의 생존 위한 고군분투
  • 승인 2014.03.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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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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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그래비티
지난 달 끝난 소치 올림픽에서 특정한 날에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운석이 들어간 메달을 수여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선수들이 받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로 운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 진짜 운석이 떨어지면서 온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최첨단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우주라는 곳에 대한 오묘한 신비함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래비티’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과연 우주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까? 바로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명실 공히 2013년도를 빛낸 작품이 되었던 ‘그래비티’는 관객들에게 우주가 생경함의 대상이자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더 큰 두려움을 선사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감독 : 알폰소 쿠아론
출연 :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지구 대기권 위의 고요한 심연에서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는 로봇 팔에 연결된 상태로 허블 망원경에 새로운 스캔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 힘들어하는 스톤 박사와 달리 지휘관인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그의 마지막 우주 비행 중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제트팩의 성능을 시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곧 지구의 반대편에서 폭파된 구식 인공위성이 날카로운 조각들로 부서지면서 잔해 폭풍이 익스플로러와 충돌한다.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만이 서로에게 묶인 채 어둠 속을 맴돌게 된다.

‘그래비티’는 아카데미 7관왕답게 현재의 영화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한 눈에 보여준다. 분명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서 촬영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을 정도로 실제 우주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촬영 기술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 평소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관객들이라면 그 어떤 영화보다 리얼하게 우주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충분히 우주과학 공부를 함께 하면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우주에 대한 엄청난 판타지 대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특히 거의 삶을 포기하려는 스톤 박사가 우연히 지구에서 들려온 아닌강이라는 사람과 소통하면서 아기와 강아지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중력’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로 인해 영화는 우주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기보다는 현실 도피를 위해 지구를 떠나 결국 홀로 남겨진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처절하게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주되게 담고 있어 뭔가 특별한 영상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약간 지루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내내 혼자 등장하는 산드라 블록이 초반부에 민폐녀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서서히 그녀와 한 몸이 되면서 조용한 우주에서 발생하는 공포를 몸소 체험하는 장면들은 ‘그래비티’만의 큰 매력이다.

그리고 출연 분량은 적지만 조지 클루니가 맡은 캐릭터 같이 초긍정적이면서 수다스러운 친구가 옆에 있다면 우주뿐만이 아니라 삭막한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 어떤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별다른 대사 없이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제목과 메시지를 한 번에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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