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잃은 그녀…새로운 인생 찾을 수 있을까?
상태바
모든 것을 잃은 그녀…새로운 인생 찾을 수 있을까?
  • 승인 2014.03.27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영화 읽기 | 블루 재스민
영화감독으로 한평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영화감독으로서 가장 영예로운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점차 영화감독의 수명은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감독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채 접어야만 하는 경우가 태반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나라보다 경쟁이 치열한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작업을 하는 올해 우리 나이로 80세가 되는 우디 알렌 감독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우디 알렌 감독의 작품을 보고 그의 영화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약간의 선입견을 갖고 있는 편이지만 오랫동안 그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많은 영화팬들을 이끌고 있는 감독이다. 물론 그의 사생활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감독임에는 분명하며,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케이트 블란쳇에게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 준 작품인 ‘블루 재스민’ 역시 그의 작품이다.
감독 : 우디 알렌
출연 : 케이트 블란쳇, 알렉 볼드윈, 샐리 호킨스

사업가 할(알렉 볼드윈)과의 결혼으로 부와 사랑을 모두 가지게 된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은 뉴욕 햄튼에 위치한 고급 저택에서 파티를 열고, 맨해튼 5번가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는 상위 1%이다. 하지만 할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산산조각 난다. 결혼생활을 끝내버리고 빈털터리가 된 재스민은 여동생 진저(샐리 호킨스)에게 신세를 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오른다. 명품샵 하나 없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그녀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고, 진저와 루저 같아 보이는 그녀의 남자친구 칠리가 불편하다.

영화는 비행기 안에서 옆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얘기를 하는 재스민으로부터 시작한다. 곧 관객은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영화는 서서히 왜 그녀가 그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준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인 ‘왕가네 식구들’에서 첫째 딸이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파산한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듯이 ‘블루 재스민’에서 재스민도 비슷한 상황이다. 엄청난 부와 가족을 한순간에 잃고 난 후 그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재스민의 모습을 케이트 블란쳇이 너무나 리얼하게 연기하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극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장면에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와 우리 모두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는 그녀가 잘 되기를 기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녀의 망상보다는 현실을 선택하고,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어떤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그녀의 극과 극으로 선택되어진 삶의 곁에는 ‘블루문’이라는 음악이 항상 같이 하면서 아련하게 가슴 한 구석에 이 영화가 남는 것을 보니 필자도 우디 알렌 감독의 세월에 익숙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또한 다양한 정신세계를 오가는 재스민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웬만한 내공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본다.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에 혹여 인생의 공허함을 느낀다면 한 번 정도 볼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현재를 즐기시길 기원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