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엄청난 비밀이 폭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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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엄청난 비밀이 폭로된다
  • 승인 2014.04.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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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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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매주 일요일 밤에 방영되는 ‘개그콘서트’에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코너가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 막장 요소를 삽입하여 웃음을 주면서 우리나라 드라마의 병폐를 꼬집는 코너인데 사실 최근 드라마를 보면 일명 ‘막장’이 아니면 시청률 전쟁에서 벗어나기 때문인지 최대한 희한한 가족관계를 내세우면서 시청자들을 자극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이제는 시청자들이 겹사돈과 출생의 비밀 등의 웬만한 가족관계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고 있어 드라마 작가들도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드느라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만 있을 줄 알았던 막장이 할리우드 영화에도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우리가 알만한 배우들이 이 ‘막장 드라마’에 총출동했다는 것에 두 번 놀라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이라는 영화가 개봉되면서 관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감독 : 존 웰스
출연 :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이완 맥그리거, 줄리엣 루이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독설가 엄마(메릴 스트립), 이혼 위기에 놓인 큰 딸(줄리아 로버츠), 사촌 오빠(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사랑에 빠진 둘째 딸(줄리앤 니콜슨), 언니의 딸(아비게일 브레스린)에게 치근덕거리는 중년의 약혼자(더모트 멀로니)를 가진 셋째 딸(줄리엣 루이스), 그리고 이들 못지 않게 문제가 많은 엄마의 여동생 가족들이 8월의 어느 날, 아버지의 자살로 오세이지 카운티에 모이게 된다. 그러나 가족들은 슬픔도 잠시, 서로를 헐뜯고 상처를 후벼 파며 출생의 비밀까지 들춰내는 막장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영화의 원제는 ‘August : Osage County’이다. 즉, 8월에 오세이지 카운티에 모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각본을 쓴 트레이시 레츠의 동명 희곡이자 영화화되기 이전 연극으로도 꽤 유명한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출연진과 장소 등이 한정되어 있어 연극 같은 느낌을 주면서 큰 스케일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약간 답답하게 보여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점을 극복시키는 것이 바로 배우들의 연기이다. 올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조연상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되어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암환자이면서도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고, 약에 의존해 살아가는 엄마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과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철의 여인’ 등에 출연한 배우와 동일인물인지 헷갈릴 정도로 완전 망가진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또한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줄리아 로버츠가 엄마와 악다구니하고 남편과 딸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세월이 느껴지는 삶의 연기로 표현하면서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은 클라스가 다른 막장 드라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모든 출연진들이 모인 식사 장면에서부터 터지기 시작하는 폭로전이 점차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의 허를 찌르는 상황들이 펑펑 터지면서 막장으로 치닫지만 워낙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우리 관객들에게는 그리 놀랍지 않은 상황이 될 수도 있기에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여하튼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은 뜨거운 8월의 지역적인 기후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비록 막장이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간의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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