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그녀’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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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그녀’와의 사랑
  • 승인 2014.05.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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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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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그녀
최근 전자 하드웨어의 기술 발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기계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더 선호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예전에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그런 문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대다수 스마트기기들을 사용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북적이지만 상당히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할 때도 있다. 그러나 현대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기계에 의존하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만한 친구들조차 없는 외로움을 많이 타면서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기도 한다.
감독 : 스파이크 존즈
출연 :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루니 마라, 스칼렛 요한슨

그래서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고독한 삶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과 독특한 그녀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 ‘그녀’가 전혀 낯설게 다가오지 않고, 실제로도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아내(루니 마라)와 별거 중이다. 테오도르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나게 된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하고,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영화 ‘그녀’에는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거의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의 경우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매우 심심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로 인해 비록 근미래의 SF적인 상상력이지만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감정이입이 쉽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마치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 실체가 없는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을 나눈다는 황당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초반부는 정말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주인공의 메일을 읽어주고, 심지어 그의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대화까지 나누며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에게 삶의 활력소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영화는 이 상황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지 않은 채 관객들에게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삶과 주인공의 삶을 통해 영화를 보고 난 후 곱씹어 본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압권은 실체가 없는 운영체제의 ‘그녀’를 목소리만으로도 수많은 감정을 전달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독특한 음색이다. 결국엔 그녀는 얼굴 한 번 드러내지 않았으면서도 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그녀만의 특이한 목소리 연기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키우는데 큰 일조를 한다.

그로인해 ‘그녀’는 2014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면서 탄탄한 각본을 자랑하고 있다. ‘존 말코비치 되기’를 통해 독창적인 상상력을 스크린에 표현했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는 현대인들의 허한 마음을 독특한 사랑과 소통의 방식으로 채워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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