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조금 다른 육아, 남들과 살짝 다른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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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조금 다른 육아, 남들과 살짝 다른 고민
  • 승인 2014.05.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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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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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늑대아이

 

감독 : 호소다 마모루
목소리 연기 : 미야자키 아오이, 오사와 타가오, 쿠로키 하루, 니시이 유키토

5월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버이, 스승, 성년이 되는 사람 등 우리 가족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을 위한 기념일이 모두 모여 있는 가정의 달이다. 특히 올해는 세월호 사고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지만 평소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잘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힘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 한 곡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건드리며 큰 화제가 됐던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우연히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를 보게 되었다. 이미 2012년에 개봉했던 영화이기에 많이 봤음직한 작품이지만 가정의 달의 끄트머리에 한 번 쯤 다시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늑대와 인간의 모습을 갖고 있는 두 아이를 데리고 홀로 고군분투하며, 그들을 위해 자신의 희생쯤은 기꺼이 감수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늑대아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

평범한 여대생 하나(미야자키 아오이)는 강의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그(오사와 타가오)에게 반하게 되고, 곧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늑대인간이었다.  하나는 사랑으로 그의 아이들을 낳게 된다. 그 후 그는 사고로 죽게 되고, 하나는 눈 내리는 날에 태어난 딸 유키(쿠로키 하루)와 비 내리는 날 태어난 아들 아메(니시이 유키토)를 데리고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늑대아이’는 여타의 영화 속에서 그려졌던 늑대인간의 이야기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매우 비현실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소한 삶을 살고 있는 한 가족의 탄생과 늑대아이가 태어나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고 있는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매우 독특한 상황에 놓인 가족이지만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엄마 덕분에 사람들을 피해 찾아 온 동네에서도 이내 곧 이웃 사람들과 가까워지면서 삶의 방식을 터득해 나간다. 늑대아이가 학교에서 일반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모습 등은 점차 개인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사람 냄새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물론 늑대와 인간의 유전자가 반반씩 있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아이들은 혼란을 느끼게 되지만 이럴 때 아이 엄마의 대처능력은 우리가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늑대인간이기에 앞으로 험난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획일화된 삶을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게 한 후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극 중의 대사에도 나와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등에서 늑대는 왜 항상 악역일까라는 질문에 ‘늑대아이’는 늑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늑대를 바라보게 한다. 비록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늘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에 다소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만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기에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다. 단지 5월만 가정의 달은 아니다. 1년 365일 내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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