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으로 간 액션 활극
상태바
조선으로 간 액션 활극
  • 승인 2014.07.24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영화 읽기 | 군도 : 민란의 시대
최근 배우들은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는 멀티플레이어형 스타들이 많다보니 연기력면에서 내공이 부족한 면도 있고, 너무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착화 시켜 더 이상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정우는 이런 면에서 진정한 배우로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사실 그가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으로 나올 때만해도 과연 이 캐릭터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고, 그 어떤 장르와 캐릭터도 소화하는 대단한 배우의 대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는 ‘군도 : 민란의 시대’를 본 후에 확실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감독 : 윤종빈
출연 : 하정우, 강동원, 이경영, 조진웅, 마동석, 정만식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 힘없는 백성의 편이 되어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적떼인 군도(群盜), 지리산 추설이 있었다. 잦은 자연재해와 기근, 관의 횡포까지 겹쳐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는 사이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강동원)은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하면서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한다. 한편 소, 돼지를 잡아 근근이 살아가던 천한 백정 돌무치(하정우)는 죽어도 잊지 못할 끔찍한 일을 당한 뒤 군도에 합류. 지리산 추설의 도치로 거듭난다. 그래서 세상을 뒤집기 위해, 백성이 주인인 새 세상을 향해 도치를 필두로 한 군도는 조윤과 한 판 승부를 시작한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군도 : 민란의 시대’는 정통 사극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카우보이 모자와 말부츠를 대신해 한복을 입고 활약하는 서부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퓨전 사극이다. 그로인해 출연진을 소개하는 오프닝을 비롯하여 OST 등 서부영화에서 많이 사용되는 요소들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또한 군도라는 설정 상 여러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여 약간 산만해질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캐릭터를 요소요소에 잘 배치하여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감독의 전작인 ‘범죄와의 전쟁’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마치 경상도 사투리가 전라도 사투리로 바뀌고 시대만 변한 것 같은 장면들이 있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다.

이 작품에서 하정우는 백정이었다가 양반들의 횡포에 가족을 잃으며 군도가 되는데 그는 톱스타로서 꺼려할 수도 있는 화상 입은 채 민머리가 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거기다가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 설정 때문에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삶의 굴곡을 겪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반면 소집해제 후 첫 출연작으로서 화제를 모은 강동원의 경우 얼굴뿐만 아니라 모든 움직임이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되고 있지만 바늘 하나 안 들어갈 악인을 소화하다보니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약간 방해할 수도 있다.

또한 중간중간 캐릭터의 과거 이야기를 해설자가 내레이션 해주는 장면은 퓨전임을 너무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강동원이 그토록 악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너무 진부하면서 영화의 내용 또한 새로울 것 없이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결말로 치닫는다는 점이 아쉽다. 단, 하정우와 강동원의 극과 극의 비주얼로서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그나마 관객들에게 큰 위안으로 남을 수 있으며, 민란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소소한 웃음을 더하면서 가볍게 표현한 점은 무더운 여름날, 관객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 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