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 형사의 마지막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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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 형사의 마지막 반격
  • 승인 2014.08.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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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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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끝까지 간다
최근 ‘명량’이 개봉 12일만에 천만관객을 돌파하면서 2014년에만 ‘변호인’, ‘겨울왕국’ 등 3편의 천만 영화들이 탄생되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그 중 한국 영화가 2편이라는 점도 매우 고무적으로 다시 한 번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물론 대기업에 의한 스크린 독점 횡포의 결과라는 씁쓸한 이야기도 들리지만 콘텐츠가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이 역시 이룰 수 없는 성과였기에 향후 한국영화의 콘텐츠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되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은 기획개발에 대해 녹록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 기획개발지원사업에 의해 탄생 된 ‘끝까지 간다’라는 영화의 성과에 한국영화계는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 5월에 개최되었던 세계 3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제67회 칸 영화제에 경쟁부문이 아닌 감독 주간 섹션이었지만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초청된 작품이다.
감독 : 김성훈
출연 : 이선균, 조진웅, 신정근, 정만식

어머니의 장례식 날, 갑작스런 내사 소식에 경찰서로 향하던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실수로 사람을 치는 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건수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기 위해 어머니의 관 속에 시체를 숨긴다. 하지만 곧 경찰 내부에서 실종 및 뺑소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건수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이 등장하고, 계속해서 건수에게 협박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는 대체로 선(善)과 악(惡)으로 표현되는 두 명 이상의 주인공이 권선징악이라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 공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끝까지 간다’는 이 공식에서 일단 벗어나 악인 두 명이 누가 더 악한가를 대결하듯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래서 부정부패에 빠진 경찰들의 모습을 통해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관객입장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 중에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영화를 봐야하는가라는 고민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점이 중립적인 자세로 영화의 큰 틀을 보면서 몰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좀 더 큰 긴장감을 부여하는 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영화의 특징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출중하여 많지 않은 출연진과 초반에는 이선균 혼자 분량을 이끌어감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중반부터 등장하는 조진웅의 과장되지 않고 무심한 듯한 악랄한 연기는 올 한해 그가 출연한 3편의 영화가 1700만명의 관객을 동원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입증할 수 있다.

이처럼 연기파 배우 2명의 제목 그대로 끝까지 가는 액션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설정은 관객들에게 극적인 재미를 주기에는 충분한데 이 모두 탄탄한 기획과정을 통해서 탄생한 캐릭터와 이야기 구성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액션 없이도 잘 짜여진 캐릭터와 설정만으로도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끝까지 간다’는 마지막 부분에 조진웅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돼지금고 열쇠를 통해 관객들을 당황시키면서 끝을 낸다. 특별히 머리를 쓰지 않고도 가볍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영화, ‘끝까지 간다’는 올 여름 막바지 더위 속에서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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