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순수하게 만드는 마력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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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순수하게 만드는 마력의 영화
  • 승인 2015.04.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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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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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014년 12월말, ‘국제시장’이 온 국민의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한 영화가 조용히 개봉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미 시사회 등을 통해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 동화 같은 영화 등등의 찬사를 받으며 많은 관객들이 기대했던 작품이지만 결과적으로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상영 극장의 수와 횟수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당시 ‘국제시장’이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와중이었고, 이에 대기업 영화 배급사가 대다수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중소 배급사의 힘으로는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항력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들의 요청으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재개봉이 이루어졌고,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영화와 마찰이 생기는 등 개봉에 따른 아이러니한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영화는 이 모든 상황들을 잊게 할 만큼 모든 사람들을 순수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추고 있다.

어느 날 갑가지 아빠와 함께 집이 사라져 버린 지소(이레)는 동생 지석(홍은택)이랑 엄마(강혜정)와 함께 미니 봉고차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지소는 부동산 앞에서 평당 500만원이라는 집을 발견하게 되고, 500만원을 벌기 위해 엄마가 일했던 마르셀 대표(김혜자)의 개 월리(개리)를 훔치기로 한다.

감독 : 김성호
출연 : 이레, 이지원, 홍은택, 김혜자, 최민수, 이천희, 강혜정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어린이가 주인공이고, 어른들은 악역이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강아지까지 등장하는 완벽한 어린이 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체관람가 영화답게 남녀노소 누구나 봐도 좋은 내용의 영화이다.

특히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매우 탄탄하며 이미 ‘소원’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한 이레를 포함한 어린이 연기자들의 연기와 김혜자, 최민수 등의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또한 FT아일랜드의 이홍기, 김원효, 조은지와 영화 말미의 전단지에 출연하는 깨알 같은 까메오 등과 어린이 영화답게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장면들이 양념 역할을 하며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영화는 가족과 집을 잃은 아이들이 집을 갖기 위해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을 저지르게 되지만 결코 그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으며, 막연히 판타지스러운 결말보다는 현실 가능한 결말을 보여주면서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인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집 없이 작은 차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모습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이 영화는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작더라도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며 요즘 같이 웃음을 잃은 세상 속 사람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게 한다.

월리 역을 맡은 강아지의 연기가 또 하나의 볼거리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하면서 겨우내 쌓여있던 마음의 걱정거리를 털어버리고 화사한 봄꽃이 전하는 봄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한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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