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허풍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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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허풍의 시대
  • 승인 2015.05.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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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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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요새 한국은 허풍의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과자는 질소로 가득차서 실제 내용물은 얼마 되지도 않고 가족 외식을 위해 ‘맛집’을 검색하면 광고 블로거들의 포스팅만 가득하다.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 한의사회
홍보정책기획이사
게다가 작품성 있는 영화는 상영관을 잡지도 못해서 며칠만에 상영이 끝나는데 대형 배급사의 영화는 상영관을 많이 잡아서일 뿐인데 ‘예매율이 높다’는 거짓 아닌 거짓 홍보로 허풍을 떤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짓말, 뻥튀기, 과장광고와 같은 허풍이 도를 넘었다. 이런 허풍의 시대에 소비자들은 점점 더 충실한 기본(Basic)에 대해 깊은 목마름을 느끼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요새 같은 불황에는 더 많이 들린다. 바이러스와 오럴(oral)이라는 입소문 마케팅의 합성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이 마케팅 기법이 과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첫째, 우리나라 사람들은 튀는 것을 싫어하고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하면 2등은 간다는 의식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내 주변 누군가가 얘기해주는 정보에 대해 비교적 높게 신뢰하는 경우가 많다. 블로거들이 옛날 입소문 아줌마의 자리를 대신하는 셈이다.

둘째, 불안감이 많다. 새로운 시도를 해서 실패하는 것보다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것을 하는 것이 불안감을 덜어주기에 알면서도 속는 경우가 많다.

셋째, 전문가보다 주변 사람을 더 신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인척 하는 블로거들의 광고 글을 더 믿게 된다. 전문가들이 국민들에게 믿음을 잃고 직업 윤리의식이 부족했던 것도 허풍의 시대가 된 큰 원인중 하나다.

결국 블로거도 거짓말, 전문가도 거짓말 이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안 속고 살기가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시대에 살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오래가는 경우가 드물고 반짝 인기만 누리다가 인기가 급격히 쇠락하는 업종이 많다.

작년 여름에만 하더라도 아이스크림 위에 벌꿀 집을 올려주던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긴 줄을 섰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고, 항상 줄서서 먹던 오징어 튀김이나 고로케 가게도 이름만 다른 가게들의 숫자는 많아졌지만 한산하기만 하다.

한때 정말 Hot하던 일본에서 온 롤 케이크도 이제는 그 인기가 시들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인기 음식과 아이템들이 이제는 사라져서 찾기 어려워졌다. 이제 우리나라도 변화의 문턱 혹은 절벽에 와 있다.

앞으로 허풍을 대체할 새로운 트렌드는 ‘기본, 내실, 역사’ 이 3가지가 키워드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갑자기 확 떠서 내실이 없는 반짝 브랜드와 제품이 아니라 우리의 장(醬)문화와 같이 시간이 오래되어야만 가치를 발휘하는 제품이나 가게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옮겨 갈 것이다.

실제로 빵집은 지난 칼럼들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오래된 지역 빵집이 입지를 더 다져가고 있고 김밥 같은 음식도 재료 하나하나에 더 공을 기울이는 쪽으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핸드폰이나 TV처럼 다양한 것을 한 곳에 담는 기술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재료를 더 깊이 있고 내실 있게 만드는 ‘오래된 새로움’이 앞으로의 100년을 대체하지 않을까 한다. 일본의 수 백년 내려온 장인 문화처럼.

이런 트렌드를 우리 한의계에도 접목해본다면 한의학은 다시 각광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기본이 튼튼하고 오래된 역사와 내실이 있기 때문에 ‘오래된 새로움’의 가장 전형적인 영역이다.

다만 반짝 유행하는 신 한방 의료기술들은 그 생명력이 더 짧아질 것이고 오랫동안 한의학 치료수단이었던 것들이 겉모습을 달리하여 새롭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분들도 예전에는 ‘치료가 잘 되는 것’이 내원 동기였다면 앞으로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만족’이 더 높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의료인의 생각과 달리 일반 국민들은 어차피 치료는 여기나 저기나 비슷하게 평준화되어 있다는 인식이 강하므로 의사와의 개인적 친밀도가 더 높은 병원을 찾게 된다. 환자 입장에서 수백 명 중의 한 명이 아니라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고 이러이러한 스토리가 있는 환자분 OOO’를 기억해주는 의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고도의 수술을 요하는 질환은 대형병원과 검증된 높은 수준의 치료 실력이 병원 선택의 기준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동네 병원은 의사와의 관계, 친밀도가 중요한 내원 동기가 될 것이다.

의료의 기본은 치료가 아니라 환자를 care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에 규모만 크고 광고를 많이 하는 ‘허풍’이 있는 병원보다 환자를 care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병원이 더 오래 동안 살아남을 것임은 분명하다.

요새 프랜차이즈 업종의 모토가 ‘대박 나는 가게’가 아니라 ‘망하지 않는 가게’라고 한다. 이런 이념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인 ‘이디야 커피’가 커피 전문점 점유율 1위가 된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장과 허풍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광고보다 앞으로의 100년 동안 살아남는, 아니 절대 망하지 않는 병원을 운영하는 노하우는 기본에 충실한 진료를 friendly하게 제공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낯선 사람 짧은 시간에 친해지고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허풍과 대박신화만을 좇는 경영광고보다 100만배는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 한의학의 뛰어난 치료효과도 결국엔 환자 한 분 한 분과의 스토리가 있는 병원이 될 때 빛을 발휘할 것임을 믿고 오늘도 이야기를 나누러 치료실로 나선다.

그 이야기들이 치료과정의 기본이기에 지금 나의 자리에서 허풍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작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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