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키르키즈스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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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키르키즈스탄이 궁금하다
  • 승인 2015.09.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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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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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한의사회에서는 15명의 한의사와 14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해외의료봉사단(단장 김용환 부산한의사회장)을 꾸려 7월 26일 키르키즈스탄의 수도 비쉬켁으로 떠났다. 봉사단의 일원이지만 홍보팀장을 맡아 진료보다는 KBS 촬영팀과 함께 다니며 봉사장면을 담는데 중점을 두었기에 다른 팀원들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번 봉사를 바라볼 수 있었다.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정책기획이사
향후에도 키르키즈스탄으로 떠날 해외 한의학 의료봉사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키르키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떠나는 팀들에게는 이 글이 적으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 팀은 키르키즈스탄으로 가는 방법을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를 경유하여 비쉬켁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택했으나 실제로 현지 교민들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경유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항공으로 경유해도 되고 버스로도 3시간 남짓 걸린다고 하니 알마티를 구경하고 비쉬켁으로 가는 방법도 참고해 볼만 하다.

우리는 KE941(대한항공)편을 통해 오후 3시45분 인천을 출발하여 우즈벡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2시간 대기 후 비쉬켁으로 가는 항공편으로 갈아탔는데 이 항공기가 50년 이상 오래된 항공기이므로 몹시 덥고 불편하다.

1시간 남짓의 비행을 끝내고 대략 현지시각으로 11시 넘어 공항 밖으로 나온 듯하다. 의료봉사 물품(침, 뜸, 한약제제, 약침제제 등)이 세관에서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나 우리는 무사통과하였다.

키르키즈스탄은 ‘키르키즈 사람들이 사는 땅(STAN)’이라는 뜻으로 주변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인접하고 있다. 주변국들과의 관계는 현지 분들에게 들어보니 우즈벡과는 민족 간 분쟁이 크게 있었던 적이 있고 러시아를 큰 형, 카자흐스탄을 작은 형으로 생각할 정도로 키르키즈와 러시아, 카자흐스탄과는 좋은 관계라고 한다. 2014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160위로 1341달러에 불과하여 의사들의 초봉도 한 달에 20만원 남짓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빨리 진료를 받기 위해 의사들에게 뒷돈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국가병원은 시설이 낙후되어 있는 반면 개인 병원은 비용도 비싸고 시설도 좋은 편이라는데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대신 소련 시절의 문화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의사들이 지시하는 사항은 100% 신뢰하고 따르려는 경향이 많아서 의료진에게 질문이 많은 편이다.

현지에도 중의사와 침술사가 존재하지만 국가의 면허를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병원에 부속된 치료사나 침술사 정도의 느낌이며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병원에 근무하는 중의사들이 진료하는 것을 보니 한개 씩 포장된 침을 사용하며 글러브를 끼고 환부를 알코올과 포비돈으로 완벽히 소독하고 시술하였다.

이 부분이 우리와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글러브와 포비돈을 준비해가는 것도 좋다. 약침 시술용 주사기도 우리처럼 가는 바늘이 없어서 시술시 통증이 큰 편이므로 세관에서 빼앗긴다고 하여도 일단은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키르기즈스탄에서의 해외의료봉사단 활동이 KBS-TV로 방영됐다. <사진캡처=KBS>

촬영 팀과 움직이느라 환자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통증 환자들 중에 약침이 유효한 환자들이 많았고 심장질환자와 비만 체구의 환자가 많은 편이다. 우리의 화병에 해당되는 스트레스성 질환(두통, 가슴답답함)도 꽤 많았다.

봉사기간 중에 단원들이 아픈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필자도 심한 장염과 두통으로 고생을 했다. 물이 맞지 않아서 배탈이 나는 경우에는 교민의 조언에 따르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BORJOMI 탄산수(조지아 産)를 마시면 많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으니 참조하면 될 듯하다.

그리고 약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반의약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기본적인 상비약(타이레놀 및 기타 일반의약품) 등은 들고 가는 것이 좋다.

배탈이 나는 이유 중 하나는 음식 때문인데 현지식은 대부분 빵과 양고기가 많다. 특히 양고기를 먹고 찬 음식(콜라나 아이스크림)을 바로 먹은 경우 장염이 오는 경우가 많으니 기름진 음식을 먹고서는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수박과 멜론, 사과나 토마토 등은 현지 대형마트(Globus)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으나 현지식당에 채소가 충분히 나오지 않으므로 마트에서 샐러드를 구입하여 아침에 봉사단원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면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국라면과 초코파이도 마트에 충분히 있으니 굳이 들고 갈 필요는 없다. 게다가 한국식당이 몇 곳 있으니 하루 한 끼 정도는 한국식으로 먹는다면 음식 문제는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치안도 안전한 편이며 택시비도 저렴하지만 워낙 인프라가 부족하여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같은 세계적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아직 없었다. 환전은 달러를 가지고 가서 현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전소를 이용하면 된다. (2015년 기준 100달러=약 6200솜·현지 화폐단위 솜)

키르키즈스탄은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키르키즈어를 교육하지만 수도인 비쉬켁에서는 러시아어가 통용되고 현지인들 중에 한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이 많으므로 통역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지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있고 키르키즈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아주 높고 치료효과도 좋아서 앞으로 지속적인 의료봉사가 있기를 희망하였다. 국제협력 한의사까지 파견된다면 더 좋겠다.

키르키즈스탄을 가보니 한국처럼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발전을 동시에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전국의 시도지부에서 매년 돌아가며 키르키즈스탄 봉사활동에 동참해준다면 충분히 지속적인 관계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부산광역시한의사회가 그 첫출발을 시작하였으니 내년에도 우리 한의학의 우수한 의술을 꼭 키르키즈스탄에 펼쳐주는 지부 한의사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추신. 많은 우리 국민들이 한국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시대가 지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아주 괜찮은 시절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 8일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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