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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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들
  • 승인 2015.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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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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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사도

감독 : 이준익
출연 : 송강호, 유아인, 전혜진, 문근영


천만관객을 동원했던 한국영화 중에 사극은 총 3편이다. 이 중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했던 ‘명량’을 제외한 두 작품은 모두 조선시대 비운의 왕인 연산군과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한 ‘왕의 남자’와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 및 TV 드라마의 주된 소재로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콘텐츠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함께 그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서 예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내용으로 관객들을 만나면서 잔잔한 감동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사도>는 조선시대 비운의 세자인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앞선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워낙 많이 다뤄졌던 소재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재위기간 내내 왕위계승 정통성 논란에 시달린 영조(송강호)는 학문과 예법에 있어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뒤늦게 얻은 귀한 아들 세자만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길 바랐지만 기대와 달리 어긋나는 세자에게 실망하게 된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는 남다른 총명함으로 아버지 영조의 기쁨이 된 아들이었던 사도세자(유아인)는 아버지와 달리 예술과 무예에 뛰어나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지니며 영조의 바람대로 완벽한 세자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고 다그치기만 하는 아버지를 점점 원망하게 된다.

<사도>는 내용을 논하기에 앞서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과 ‘괴물’과 ‘변호인’의 송강호, ‘베테랑’의 유아인 등 이미 천만관객의 영화를 연출하거나 출연했던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하는 작품이라는 것만으로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영화계의 가장 큰 성수기 중의 하나인 추석연휴 기간에 개봉된다는 점도 여러모로 흥행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 사극의 대표 주인공은 조선시대 가장 훌륭한 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조였다. 그가 펼쳤던 정책과 통치력은 이 시대에도 필요한 내용이라 방송과 영화에서 많이 다뤄졌지만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는 항상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사도>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영조와의 갈등을 정치적인 부분을 떠나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원초적 관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그로인해 단순히 왕과 세자라는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먼 왕족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몇 백년 후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와 닿는 가족 간의 갈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에 남녀노소의 공감을 얻기에는 충분하다고 본다.

또한 화려한 궁중 사극의 이미지보다는 고증에 철저한 방식으로 최대한 절제된 화면을 보여주면서 송강호와 유아인의 멋진 연기 대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유아인은 얼마 전에 개봉했던 ‘베테랑’에서 보여줬던 어이없는 재벌 2세의 이미지를 그사이 벗어버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들로서의 사도세자를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으며 혜경궁 홍씨의 문근영과 어린 세손의 연기도 돋보인다.

물론 결말로 가면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추석연휴 기간에 가족끼리 함께 감상한 후 가족 간의 따뜻한 대화가 오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미 언론에 알려진 대로 마지막에 성인이 된 정조로 소지섭이 깜짝 출연하는 깨알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뜨거웠던 여름을 보냈던 한국영화계가 이 가을에 다시 한 번 뜨거워질 수 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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