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칼럼] 비교의식이 우리에게 테두리를 만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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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칼럼] 비교의식이 우리에게 테두리를 만들지 않았나
  • 승인 2015.09.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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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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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측정 가능하고, 재현될 수 있고, 반증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여
고전을 재해석하고 표준화와 현대화 시켜야 하며,
장점과 단점, 한계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의대를 만든 동기1)나 한의대의 교과과목들을 보면, 한의사는 꾸준히 시대적 변화를 인지하고 현대화하려 하였고, 과거의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교정하면서 서양의학을 꾸준히 받아 들여왔다.

고흥
세명대 한의대 교수
그런데 지금의 한의사 의료행위 영역은 한약과 침, 부항, 뜸으로 도리어 축소되고 제한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나 천연물신약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것도 같은 맥락이고, 새로운 것을 한의사가 사용하려면 고전의 문헌에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역사적 고증을 하며 한의학적인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는 제약이 따르고 있다.

한의사의 역할 축소 어디서 시작?
한의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필자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비교하는 데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의료행위에는 접골, 상처봉합, 내장봉합, 거머리 사용법과 같이 관찰, 경험, 사물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유발되는 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행위가 한의사에서 축소되거나 한의사의 것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관찰 경험 물리적 사고로 이루어진 서양의학과 대비하여 ‘사고적 이론으로 구성하여 변증치료를 하는 것’이 한의학적인 것으로 생각되어진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개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비교의식은 다양한 辨證的 설명으로 서양의학과 다른 한의학이라는 테두리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본다.

변증치료의 최종목표는?
이 변증치료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필자는 한약사용이라고 생각한다.

임상 예를 들어본다면(네모 참조), 이 환자를 傷寒病으로 진단하여 太陰證을 감별하여 茵蔯蒿湯을 사용한다. 四象醫學으로 少陰人을 진단하여 裏證을 감별하여 藿香正氣散을 사용한다. 中醫辨證論治의 脾胃濕熱, 肝膽濕熱로 辨證하여 胃苓湯을 사용하거나 肝氣鬱結로 辨證하여 柴胡疏肝湯을 사용한다. 東醫寶鑑의 黃疸이라고 진단하여 茵蔯五苓散을 사용한다.

이러한 한 환자의 상태에 대해 각각 다른 辨證의 목적은 한약을 체계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설명과 체계라고 보아야 한다.

위 변증치료를 따른다면, 각 처방의 작용기전과 효과의 분류가 古方, 後世方, 四象方, 運氣方, 中醫辨證에 따라 동일하지 못하다. 이렇듯이 질병의 분류와 약물의 분류가 다르기 때문에 한의학은 통일이 어렵고 표준을 만들기 어려웠다.

여러 가지 辨證의 법칙을 이용한 최종결론은 ‘질병에 대해 약물투여’라는 한의사의 의료행위중 하나이다. 그 외, 한의사가 행했던 수술, 안마, 운동(명상, 기공), 음식, 침, 뜸, 접골, 거머리사용과 같은 의료행위는 辨證理論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이들은 관찰, 경험되고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통하여 만들어진 의료행위이다.

그러므로 한의사의 의료행위 중 辨證은 한약을 사용하는데 이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며, 관찰, 경험, 구조적 원리에서 만들어진 의료행위와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증하는 데 사용하는 한방용어
辨證的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한의학의 의료행위를 지금은 서양의학으로 생각하거나, 이미 서양의학에서 발전해서 한의사의 영역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관점의 문제는 經絡을 해석하는데 현재 밝혀진 신경, 혈관, 근육, 림프선 등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해석되어 임상에서 새롭게 정의되고 활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辨證을 하는데 사용되는 한방용어로 해석되어야만 하거나,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것이어야만 한다는(경락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 기존에는 없는 새로운 흐름으로) 모순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해부학이 발달하였음에도 內經時代의 해부에서 언급되는 용어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筋肉으로 해석하지 아니하고, 太陰經絡에 있는 經筋으로 해석해야 하는, 實在하는 의미를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해석하면 한의학이 아니라서 古典에 기록된 언어로 재 표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한방용어의 표준화-현대화
지금이라도 한방용어의 표준화와 현대화를 통해서 양방과 다른 한방적 해석이라는 테두리를 없애고, 진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측정 가능한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으로 인하여, 대안적인 방법에서 사고이론을 통한 연역법적 사고이론이 우위를 점령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서양문물이 들어오고 나서, 이에 대한 반발심에서 서양의학과는 다른 체계로 작동하는 것을 찾으려는 어찌 보면 민족적이고 서양체계와 달라야 한다는 관점이 우리를 눈멀게 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邪氣, 疫癘, 瘴嵐의 의미가 지금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해석해야 함에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대응시키는 것은 서양의학이 되기 때문에 그대로 고전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필자는 古人의 관찰에서 언급된 질병에서 현대병명으로 대체하고 현대적인 해석을 주저하는 것은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왠지 한의학이 아닌 것 같아서 그러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四象醫學에서 언급된 長感病을 어떤 질환인지 말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대로 사용하면 누가 그것을 정의할 수 있을까?

현재의 시점에서 가장 근접되고 타당한 정의를 만들고 수정하는 것이지, 정확히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를 현대화시키지 않고 옛날의 모습으로 안주하는 것이 될 것이다.

문제점-한계 이해해야 발전-보완 보여
문제점과 한계를 이해해야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보완해야 하는지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古典에 적힌 글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지, 양방에 대비하여 한방적인 해석을 찾는 것은 아니다.

瘧疾의 원인을 잘 몰랐지만, 瘧疾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근거로 다양한 치료 처방이 경험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截瘧이라고 하여 어떻게 설명되지 못하는 常山이라는 약물로 학질을 없앨 수 있다는 기술도 있다.

지금에서는 常山에서 학질을 제압하는 물질을 추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常山을 다량으로 복용할 때 부작용이 구토가 나타나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지식으로 볼 때 截瘧常山飮에서 “早晨溫服得吐爲順”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한약에서 사용되는 驅蟲處方에서는 구충효과를 가진 雷丸, 使君子와 설사를 유발하는 大黃, 檳榔이 혼합된 처방구성이 많은데, 실험적으로 증명한 결과 구충효과의 약물은 충체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장벽에서 떨어뜨리고, 사하제를 같이 사용하여 대변으로 기생충을 내보내는 정도의 구충효과로 해석된다.

安蛔法에 회충을 토하는 경우도 있는데, 회충을 박멸하지 못하고 역행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정도로 처방에서 많이 언급되는 烏梅로 pH를 낮게 하는 실험을 통하여 살펴본 결과, 회충이 죽지 않고 활동성만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pH를 낮추는 비타민을 이용하여 pH를 낮추어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방법으로 安蛔法이나 驅蟲法에서 한약의 한계점을 알 수 있다.

阿是穴은 한의사들에게 아픈 곳을 위주로 치료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이해되었지만, 지금은 해부학에 근거하면서 阿是穴 요법이 다른 침법보다 체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鍼法이 되었고,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阿是穴요법이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금은 측정 가능하고, 재현될 수 있고, 반증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여 고전을 재해석하고 표준화와 현대화 시켜야 하며,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한계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주석
1) 한의학은 고서인 동의보감, 의학입문, 경악전서 등을 암기 또는 번역하는데 만족하고 그것으로 그친다면 물론 그것은 학문이라고 할 수 없으며 오직 고대 문헌에서 얻은 바 지식을 체계화시키고 그 지식을 임상에서 응용하여 거기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하여 통계를 내고 문헌에 대한 비판을 내리고 새로운 학설을 성립시킴으로써 과학화 되는 것으로 믿는 바다. (1957.12.12. 동양의약대학보 창간호, 동양의과대학 초대학장 박호풍의 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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