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회복 위한 표준화된 진료 필요”
상태바
“국민 신뢰 회복 위한 표준화된 진료 필요”
  • 승인 2015.11.12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애자 기자

박애자 기자

aj2214@http://


인터뷰- 부임 6개월 맞은‘한의 정책 컨트롤타워’ 고득영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민족의학신문=박애자 기자] 지난 3월 명예퇴직한 김덕중 前 한의약정책관의 후임인 고득영 한의약정책관은 초임 국장으로 의료자원정책과장, 보험정책과장,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로 직역 간 갈등이 절정이던 지난 5월 6일한의약정책관으로 임명됐다. 한의약정책관으로 부임한 지 6개월. 그동안 고득영 한의약정책관은 크고 작은 일을 하며, 바쁘게 보냈다. 고득영 한의약정책관을 만나 부임 후 현안,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한의계 과제들 도전의식 불러일으켜”
한약진흥재단 대안 제시하는 역할 기대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재직 중이면서 공모에 응한 이유는.
잘 먹고 잘 살고 편하게 일하는 것이 공무원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국장으로 승진하는 자리였고, 할 일이 많고 일이 다양한 한의계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한의계는 의·약·산업이 있고, 다양한 과제가 있어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성과가 한 눈에 보여 도전할 만한 곳이라는 생각에 공모에 응했다.

 ◇“한의계에는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그룹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고득영 한의약정책관.
▶6개월 동안 실제 현장에서 부딪쳐본 한의계는 어땠나. 도전의식이 충분히 발휘될 만한 곳이었나.
한의계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트너고 중요한 당사자다. 과제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6개월간 겪어본 한의계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절실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의료라는 것이 굉장히 다양하고, 과제들이 복합적인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준비하는 그룹들이 없다. 예를 들어 보험이나 약과 관련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단위나 학회, 연구 그룹들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한약진흥재단이 중요하다. 한약진흥재단이 그러한 문제의식을 받아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약제제산업, 보장성강화, 한의진료 표준화·확산 등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고, 지원해주는 등의 역할을 한약진흥재단이 담당해야 한다.

▶실제로 의사와 한의사 양 직역을 다 겪었다. 한의약정책관으로서 정책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그 부분은 결국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문제를 직시한 후 설득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하면 양보와 타협도 하고, 아니면 전체적인 공통된 이익을 강조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현재 한약제제 보험화, 보험한약 56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를 통해 한의 보험 진료 비중을 점차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양질의 약, 좋은 약을 생산해서 치료해야 한다. 거기에서 이익 균형 때문에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그런 부분도 풀어야 한다. 현재, 보험 쪽에서 다빈도 중심으로 보험 처방을 바꾸고 있는데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다음 단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보면 일본, 대만, 중국 같은 경우 200~300개 처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넓히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의(醫)뿐만 아니라 약(藥)을 다룰 때는 또 다른 상대방이 생긴다. 제도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함께 접근해야 한다. 제제산업을 육성하고, 보험을 확대하고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약이 전달되게 할 것인지 등 전반적인 제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해 정진엽 장관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협의체 운영은.
정진엽 장관께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누구를 편드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푸는 사람’이다. 그걸 풀기 위해 만나서 소통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머리 맞대고 풀어야 한다. 만나다 보면 길이 잡힐 것이다. 성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3차 육성발전계획 키포인트는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
차후 보장성 확대·제도 개선 등 노력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을 만들고 있다. 진행 상황은.
부임 후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에 한의계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연구자들이 탁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과 한의계가 만나는 접점에 있는 부분들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 부분들을 바꿔나가야지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이용해야 한의계가 발전한다. 그 첫 번째로 국민들이 한의원을 이용할 때 균질한 표준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3차 계획의 키포인트는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으로 하려고 한다. 의료기관 간 편차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국민이 어느 정도의 표준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지침을 개발하고, 개발된 지침을 한의대 교육과정과 수련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진료지침이 모든 한의의료기관에서 서비스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료지침 개발은 2016년에 20개, 2017년 10개가 진행되며 5년 동안의 개발 기간이 소요된다. 한의학이 근거를 가진 치료의학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국민 신뢰를 얻고 치료 효과를 내는데 일조한다. 진료지침은 우선 30개 정도를 개발하고, 차후 포괄 범위를 늘려 양방의 100여 개 수준으로 늘릴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진료지침은 투자와 연구가 필요한 분야를 발굴해내는 지표로서의 역할을 하는 한편, 개발된 진료지침을 고도화시키고, 연구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진료지침 개발은 개발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급하고,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의약근거중심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다음 단계가 보장성 강화다. 국민들하고 접하는 지점에서 효과가 있고 믿을만하지만 고가이기 때문에 못 간다고 하는 문제는 풀어줘야 한다. 또한 현재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한의한테 맞는 부분인지 분석·연구해서 수가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진료지침 개발과 보장성 강화를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한약 부분의 경우 현재 보험 한약이 56처방 있지만 쓰면 쓸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보험 한약을 쓰도록 유인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 한약은 한약서에 나오면 안유심을 면제 받고 쓸 수 있는데, 건강보험 진입이 어렵다. 그렇다 보니 한약 개발이 어려운데, 개발 유인과 보장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한약 문제는 약사와 한약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참여 주체들이 계속 고민해야 한다.

세 번째로 한의약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느냐의 문제다. 우선 현재까지 해왔던 산업육성을 위한 R&D 투자와 규제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이 외에도 국민 인식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진료지침 외에 국민 인식 개선 노력은 무엇이 있는가.
한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제고 방안 중 하나가 건강증진사업이다. 이를 위해 건강증진개발원에 TF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또한, 한의 예방의학을 담당하는 분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해 공공보건사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고, 평가, 피드백까지 담당하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접근성 제고를 위해 생애주기별 한의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지난해 개발해서 올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임산부 프로그램과 올해 개발해서 시범사업하고 있는 노인 건강증진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예산 확보에 따라 추가로 더 개발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추가로 개발할 대상은 청소년과 청년, 장년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한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예방 부분에 한의계도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시 한의협에서 참여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메르스로 인해 전국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실험할 수는 없었다. 한의협이 제시한 WHO리포트는 회의 결과 리포트로 사스 당시 중국의 학자들이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지 공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가 어려웠다.
실제로 중국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 부분들을 R&D를 통해 재현해내고 검증해야 한다.
이에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후 한의협에 R&D를 하자고 역제안했고, 한중동양의학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또한, 진료지침 개발 목록 중 감기가 후보로 올라가는 등 감염성 질환에 대한 한의 치료의 효과성 등을 찾기 위한 R&D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R&D에 대해 한의계가 많이 어려워하는 것 알고 있지만, 이를 넘지 않으면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연구역량을 끌어올리고 R&D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현재 한의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의계는 항상 3개 과제를 내세운다. 한의약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을 하더라도 이 틀 안에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제 소신은 한의계와 국민이 접해 있는 접점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약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 같은 추상적인 얘기 대신 국민들과 접점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인 것이다. 결과물은 표준화된 진료인 것이지 표준화된 진료지침도 아니다.

표준화된 진료를 가지고 동일한 증상에 동일한 효과를 내고 이를 활용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 표준화된 의료 서비스 제공, 보장성 강화로 저렴한 비용 등 이를 하기 위해 한의계 각계각층이 협력해야 하는데, 싸우고만 있다.

또한, 500년 전 기록을 근거로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은 약이 쏟아져 나온다. 현대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 즉, 국민들의 접점에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실제로 하는 내용은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일지 모르지만 국민들한테 서비스하는 목적 등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해줘야 한다.

▶한의약정책관으로 활동하면서 애로사항은.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비해 직원 수가 적다. 정책 입안부터 근거 찾기, 집행까지 모든 것을 한의약정책과가 담당하면서 일손이 부족하다는걸 느꼈다. 앞으로 한약진흥재단이 정책 집행 전까지의 과정을 같이 하면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약진흥재단이 한의약산업에 대한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과 차이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파악한다. 그러면 한의약정책과는 정책 과제를 도출하고, 정책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즉, 한약진흥재단이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한의계에 바라는 점은.
한의계 발전을 위해 서로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는지 찾아서 했으면 좋겠다. 한의계는 12만 명이 해야 할 일들을 2만 명이 해야 한다. 보험, 약, 진료지침, 해외 동향 연구 등 연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또한, 수가 개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시켜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면 심평원과 연결해 할 수도 있는 만큼, 학회가 필요한 것들에 대해 적극 제안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근거를 창출하고, 다른 직역을 설득할 수 있다.
한의계 의견을 모아내는 작업을 복지부에서도 하겠지만 한의계 스스로 파트너십을 유지해 현재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자원을 결집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한의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한테 보탬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열심히 참여해주고, 좋은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응원해주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