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고, 지키기 위한 웃기고도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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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고, 지키기 위한 웃기고도 슬픈 자화상
  • 승인 2015.11.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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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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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감독 : 안국진
출연 : 이정현, 이해영, 서영화, 명계남


최근 ‘전월세 대란’이라는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집 없이 사는 사람들의 걱정들이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그로인해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네 가지를 포기한 사포세대에서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2030세대를 일컫는 오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이처럼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 집이 현재는 돈 잡아먹는 공포의 대상이 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하지만 이미 집 값 역시 오를대로 올라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아온 일반 서민들에게 집이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영화의 소재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2년 전 집에 대한 애착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는 ‘숨바꼭질’이라는 영화가 있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재개발 부동산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껏 한국의 주된 사회적 이슈이지만 영화에서는 다룬 적이 없는 독특한 소재를 기반으로 집을 사고, 지키기 위해 원치 않는 일까지 해야만 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목처럼 매우 특이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엘리트의 삶을 꿈꾸고 여상에 진학한 수남(이정현)은 손재주가 좋아서 각종 자격증을 취득한다. 하지만 세상은 컴퓨터 중심으로 변하게 되고, 컴퓨터를 배우지 못한 수남은 작은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청력이 좋지 못한 규정(이해영)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지만 이내 수술 부작용으로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든 수남은 규정의 오랜 꿈인 집을 마련하기 위해 쉴 틈 없이 일을 하지만 집값은 연일 오르고, 결국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규정은 자살시도로 식물인간이 되고, 수남은 그의 간병을 위해 집을 팔기 위해 내놓으려고 하는데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이 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작비 2억원으로 만들어진 다양성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는 몇 십억원 들여서 만든 영화 못지않게 탄탄한 시나리오와 빠른 호흡의 재기발랄한 연출력이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재개발이라는 소재를 통해 끝없는 인간들의 욕망과 또 다른 권력으로 인해 변해가는 우리네 인간 군상들의 이면을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로인해 눈은 웃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씁쓸한 일명 웃픈 영화로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블랙코미디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오로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현실 앞에 부딪히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 일침을 가하듯 영화는 좀 과잉적이지만 잔혹한 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기에 약간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코믹잔혹극이라는 영화 소개에 걸맞게 감상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이 일만 하기 때문에 항상 부스스한 머리로만 등장하는 수남역의 이정현의 연기가 매우 돋보이며, 그녀를 통해 지금도 자신의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또다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들에게 화이팅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색다른 한국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작은 영화이지만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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