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영상 연구…증명 안 된 치료 기전 밝히고 새 치료 영역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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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영상 연구…증명 안 된 치료 기전 밝히고 새 치료 영역 발굴”
  • 승인 2016.01.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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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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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젊은 연구자 인터뷰-독일 튀빙겐 대학 박사과정 이인선 한의사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Impact factor 5.578) 지난해 11월 25일자에 ‘A new animal model of placebo analgesia: involvement of the dopaminergic system in reward learning’ 연구의 1저자로 참여한 한의사가 있다. 이 연구는 경희대학교와 스웨덴 린세핑대학 공동으로 진행된 연구이며 현재 독일 튀빙겐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인선(28) 한의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인선 한의사는 2012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Neurogut European Initial Training Network에서 펀드를 지원받아 독일 튀빙겐대학에서 박사과정으로 공부하며 “기능성 소화불량의 뇌영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인선 한의사에게 연구 내용과 계획 등을 이메일을 통해 들어봤다.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과 뇌의 변화 관련
침 치료 효과-기전 증명 연구 계획도


▶현재 독일에서 기능성 소화불량의 뇌영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연구인지 소개해 달라.
연구 대상은 아직 그 기전과 치료법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기능성 소화불량 (functional dyspepsia)으로, 지금까지는 주로 소화 기관에서 발견되는 변화들과 정신+심리적 요인들이 연구돼 왔다.
◇한의사가 연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인선 한의사.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서는 기존의 연구 관점에서 벗어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통해 환자의 증상과 관련된 새로운 기전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에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이용해 기능성 소화 불량 환자들의 뇌 활동이 건강인과 비교해 어떻게 다르며, conditioning을 이용한 치료를 통해 증상과 뇌 활성을 정상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제 전공을 살려 침 치료의 효과와 기전을 증명하는 연구도 추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논문을 게재했다.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달라.
이 연구는 경희대학교 경혈학교실에서 석사 과정을 마칠 때 쯤 계획해서 진행했던 연구다. 플라시보 기전 연구를 위해 진행했던 이전 연구(Lee, In-Seon, et al. “When pain is not only pain: Inserting needles into the body evokes distinct reward-related brain responses in the context of a treatment.” Physiology&behavior 140(2015):148-155.)에서 placebo effect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인간의 복잡한 인지 활동과 과거의 경험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과 아직 유효한 수준의 플라시보 동물 모델이 없다는 것에 착안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방법을 완전히 바꾸다보니 학회에 가서도 열심히 물어보고 다녔다. 지도교수님이셨던 채윤병 교수의 주선으로 이봄비 교수께 많은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플라시보는 주로 피험자의 기대감(expectation)을 증가시키거나 조건 형성(conditioning)을 통해 유도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예를 들어 만약 파란색과 약한 통증, 빨간색과 강한 통증이 여러 번 반복된다면 알게 모르게 색깔과 통증의 강도를 연관시켜 학습하게 된다.
그러다 파란색과 강한 통증이 제시된다면, expectation과 conditioning을 통해 약한 통증이 예상되어 통증에 대한 반응이 줄어들 수 있으며 이를 플라시보 진통 효과라고 한다. 이 연구에서는 강한 통증과 약한 통증을 서로 다른 context(벽지와 바닥)와 반복적으로 연관시키는 학습을 통해 플라시보를 유도했다.
그리고 플라시보가 유도된 쥐들에게 opioid와 dopamine 길항제를 주입해 각각 통증과 학습 관련 기전을 차단해 플라시보 진통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결과적으로, 기존 연구보다 간단하고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플라시보 동물 모델을 유도했으며 플라시보 진통 효과에 opioid와 dopamine이 모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관심을 둔 계기는 무엇인가.
경희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하고 있을 때 채윤병 교수의 도움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접할 수 있었다. 한의학 연구에 뇌인지과학을 접목시켜 연구를 하다보니 항상 재밌게 연구할 수 있었고,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기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여러 기초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의사로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침이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군에게 관심이 갔다.
우리 나라에서처럼 침 치료가 일반적이지 않은 독일에서 침을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한의사이면서 연구원인 저에게 뜻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들이 한의계에 가져다 줄 효과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의사가 연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거창한 효과를 기대한다기보다, 연구를 하고 그 내용을 발표한다는 것이 끊임없는 검증의 단계이기 때문에 단순히 한의학과 침 치료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 뿐 아니라 아직 증명되지 않은 치료 기전들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 영역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년 넘게 독일에서 연구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게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우선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나 혼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또 외국 연구원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토론을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독일에서 보는 한의학에 대한 시각, 태도는 어떤가.
독일에서는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이름으로 침과 한약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한국의 한의학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에 그 점이 아쉽다. 많은 사람들이 침 치료에 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하나의 대체 의학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특별한 편견 없이 그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최근 한국에서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개인적인 생각은.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의사 또한 다양한 의료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한다면 의료의 질과 환자들의 선택의 폭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들이 더 나은 의료 환경으로 발전하는 데 그 발목을 잡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한의사에게 주어질 의무와 권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한의사들의 적극적이고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해를 맞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2014년 말에 독일에 도착해서 얼떨결에 새해를 맞았던 때가 생각난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큰 문제없이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제 막 시작한 연구를 잘 마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을 사귀고 배우며 한층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최근에 시작한 봉사 활동도 잘 해나갈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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