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직접 개발 ‘인체 동태 분석’ 의료기기 상용화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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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직접 개발 ‘인체 동태 분석’ 의료기기 상용화 임박
  • 승인 2016.01.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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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연 기자

전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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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한방병원 박영배 교수팀, 식약처 의료기기 품목허가 획득 후 상용화 진행 눈길
 
[민족의학신문=전재연 기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되었던 불합리한 규제가 일부 철폐될 전망인 가운데, 국내 한방병원 연구진이 개발한 첨단 의료기기가 식약처의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빠르면 올 상반기 중 상용화될 것으로 보여 화제다.

 ◇동태분석기 시제품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원장 최도영) 진단·생기능의학과 박영배 교수팀은 2년 전 무선 미세전자기계 시스템 관정측정장치(wireless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inertial measurement unit)를 이용한 동태 분석용 첨단 의료기기의 초기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식약처의 엄격한 허가 과정을 통과, 지난해 5월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또한 그간의 임상시험 결과는 대체의학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과, 척추 관련 저명 학술지인 ‘European Spine Journal’에 게재됐다. 이 두 학술지 모두 SCI(E)급의 국제 학술지다.

이 동태분석시스템은 ‘인간의 건강을 판단할 때는 구조적 측면(정태, 靜態)과 함께 기능적 측면(동태, 動態)을 고려해야 한다’는 한의학 고유의 항동관(恒動觀)에 기반한 것으로, 매우 작은 첨단 무선 센서를 이용해 인체 관절의 움직임을 멀리서도 실시간으로 측정, 기록, 분석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연구 책임을 맡고 있는 박영배 교수는 “작은 움직임을 검출해 실시간으로 기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치료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거나 시각화하기 힘들었던 근골격계 질환의 진료 현장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폭넓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배 교수
이어 박 교수는 “특히 전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고령화 상황에서, 노화되는 근골격계, 관절계 기능 저하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악화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예방의학적 측면에서도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박 교수는 신뢰성 있는 측정결과가 수치화돼 기록되므로 환자 만족도의 상승뿐 아니라 한의학의 과학화 정량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첨단 기술인만큼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추후 건강관리 플랫폼에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료기기 연구 개발은 2013년 보건복지부의 지원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2년 만에 의료기기 품목허가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했다. 품목허가는 의료기기의 안전성, 유효성, 그리고 임상적 가치에 대한 국가의 인증이다. 특히 임상 현장에서 느꼈던 필요성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센서 시스템의 선정, 한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측정변수의 설정, 그리고 정확하게 값을 산출할 수 있는 알고리듬의 개발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한의계 외부와의 협력연구가 아닌, 한의사 연구팀의 직접 개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현호 박사
박영배 교수의 지도 하에 동태분석기 연구개발을 주도한 김현호 전임의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다시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해 한의사가 된 융합형 인재다.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진단생기능의학과, 침구과 수련을 마치고 현재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하고 있는 김현호 박사는 연구의 의미를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의료기기를 가지고 네 것 내 것을 따지는 행태가 너무나 한심스럽습니다. 인류의 지식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려 있고, 학자라면 이를 발전시킬 권리와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결과를, ‘과학기술, 공학의 도움을 받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의학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품목허가까지의 모든 과정 가운데, 한의사이기 때문에 받은 행정적, 법률적 불이익이나 차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학문과 기술은 이미 초학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는 한·양방 구분이 없으므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환자 진료에 의료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인류의 건강을 위해 많은 의료인들의 사용하면 좋겠지만, 그래도 한의사가 개발, 완성한 기기인 만큼 한방병원, 한의원에 먼저 보급하고 싶다”고 웃으면서 덧붙였다.

한편, 품목허가를 취득한 이 동태분석기는 하드웨어 제작을 담당했던 (주)리메드에서 양산형 모델 디자인 단계에 있으며, 올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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