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미리 준비하는 가훈(家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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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미리 준비하는 가훈(家訓)
  • 승인 2016.02.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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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http://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 한의사회
홍보이사

아들이 둘 있다. 큰 아들은 올해 다섯 살, 둘째는 7개월이다. 아직도 대학생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벌써 아들 둘의 아빠가 되어 있다는 것이 문득 낯설다. 아들 둘의 아빠다보니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아직 알아들을 나이는 아니지만 훗날 조금 더 크면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 가훈으로 만들어보았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촐하다. 앞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해 본 우리집 가훈 3가지를 소개한다.

1. 天網恢恢 疎而不失 (천망회회 소이불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 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늘이 친 그물은 촘촘하지 않고 성긴 듯 보이지만 악인(惡人)에게 벌(罰) 주는 일은 빠뜨리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노자 73장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노자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구절을 보고 바로 가훈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짓이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벌을 모두 받게 된다는 말이다. 역사에서도 권력과 돈을 위해 나쁜 짓을 일삼던 인물들은 본인이 직접 받거나 혹은 자식세대 늦어도 손자 세대 안에는 반드시 벌을 받았던 전례가 많다. 업보(業報)라는 것이 이것이지 싶다.

그런데 하늘(天)은 좋은 일도 챙겨 본다. 일전에 음덕(陰德)에 대한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선행을 베푼 후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숨은 선행을 많이 행(行)하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비축한 덕(陰德)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마치 인생의 은행에 운(運)을 예금해둔 것과 같다. 결론은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 하지 말고 나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주지 말라는 말이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착한 일 많이 하면 더 풍요로운 인생이 되는 것이고.

2. 오늘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잘 견딜 것이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긍정적인 사람이 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이 ‘어떠한 시련을 만나도 웃어라’ 는 조언은 아닌 듯하다. 나의 인생에 원치 않는 일이 불시에 찾아오더라도 나에게 일어난 상황을 수긍하고 그 다음 차분하고 현명하게 해결책을 찾으라는 말 같다.

사실 방법도 가르쳐주지 않고 무조건 긍정적이 되라는 조언은 아주 무책임한 조언이다. 누구나 원치 않는 일들은 언제든 만나게 마련이니 이것을 깨닫고 상황이 최악으로 흐르지 않도록 견디는 힘을 가져보자고 정해본 가훈이다.

보통의 긍정적인 사람은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믿기만 한다. 그러나 진정한 긍정의 고수는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잘 견딜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 생각이 하루를 결정하고 그 하루가 모여서 평생이 된다. 무조건 잘 될 거라는 대책 없는 긍정 주의가 현실에서 배반하더라도 긍정의 신념을 잃지 않을 힘이 여기서 나온다.

3. 오늘을 어제의 기분으로 살지 마라.
정신과 의사인 이근후 박사의 책에서 본 글귀인데 이 문장이 머리에 찰싹 붙었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 항상 아침에 눈을 떠도 어제의 걱정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이 습관이 하루를 상쾌하게 출발하고 의욕을 충전하는데 걸림돌이 된 경우가 많았다.
‘Seize the moment Carpe diem (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도 그렇게 와 닿지 않다가 이 문장을 보니 확연히 느낌이 산다.

광고 카피라이터 박웅현 씨는 ‘개처럼 살아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어제를 고민하지도 말고 내일을 미리 걱정하지도 않는 개의 속성을 빗댄 표현이다. 광고하는 사람답게 표현이 리얼하다. 그런데 아기를 키우다보니 아기도 꼭 그렇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고 과거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염려가 없으니 말이다.
요즘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이 ‘어제의 기분으로 살지 마라’다. 오늘(Today) 그리고 여기(Here)만이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인데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는 과거나 미래를 위해 너무 애쓰고 사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이 조언을 우리 집 세 번째 가훈으로 삼았다.

아들 둘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결혼하기도 전인 2008년부터 모아두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을 언젠가 책으로 출판할 계획도 있지만 그 많은 내용들 중에서 위의 3가지가 현재로서는 가장 전하고 싶은 에센스(Essence)인지라 오늘 소개해보았다.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으면 행복한 일이 될 것 같아서 하나 둘 스크랩하고 생각을 적어두긴 했는데 잔소리로 느끼진 않을지 걱정이긴 하다.

아! 위에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써두고도 미리 걱정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식구는 가훈 3가지를 매일 보려한다. 언젠가 즐거운 마음으로 얘기 나누고 즐거워할 아들들을 위해 오늘도 스크랩 노트에 오리고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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