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지구별 우주복과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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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지구별 우주복과 숙제
  • 승인 2016.04.2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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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http://



‘육체는 지구라는 별에 살 수 있도록 부여받은 우주복이다’ 어느 책에서 본 문장이다. 이 문장을 보고 깊이 공감한 바 있다.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한의학에서도 혼백(魂魄)이라는 개념이 있고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바다. 여기에 시공간의 개념을 더하면 윤회(輪回)도 이해가 된다. 영화 인터스텔라도 이런 동양학적 관점이 바탕에 깔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이런 형이상학적 개념들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10대 시절부터 지금의 나이까지 20여 년간 내 생각의 저변에 깔려있던 부분을 이 지면을 통해 공유해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1. 심장약허(深藏若虛)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말로 ‘똑똑한 상인은 좋은 물건을 절대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 는 뜻이다.

요즘 SNS를 통해 자신의 부(富)와 자랑꺼리를 잔뜩 올려두는 것이 유행처럼 느껴진다. 명품을 자랑하고 고급차를 자랑하는 등의 ‘자랑’은 언젠가 화(禍)가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젊은 사람의 성공은 물론이고 ‘성공’에 대한 사람의 감정은 2가지다. 하나는 부러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질투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인격적으로 완성되었다면 성공한 삶을 축하하고 격려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 나의 인생이 동년배들의 평균보다 조금 더 잘 풀리고 있다면 드러내지 않고 숨겨 두는 것이 혹시 모를 화(禍)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2. 감정의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은 묘하다. 그리고 강력하다. 이 감정의 에너지는 한번 생성되면 잘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 에너지가 타인을 향하는 경우도 많다. A라는 사람이 B의 인생을 크게 괴롭혔다면 B는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B라는 사람의 내면과 우주로 동시에 생성된다. 내면으로 들어온 부정적 감정은 <용서와 이해>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힘을 잃게 된다.

하지만 타인을 괴롭혀서 생성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은 우주에 그대로 존재한다. 열추적 미사일처럼 평생 동안 분노와 증오의 원인 제공자인 A를 따라다닌다. 그리고 A의 가장 치명적 약점을 향해 부정적 감정이 돌진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든 죄는 언젠가 모두 돌려받게 된다는 뜻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이 그냥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인류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말이다.


3. 감정 공격자

어느 날 우연히 대형마트 고객센터에서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 15분정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 사이 고객 센터 직원들에게 칼날 같은 말을 쏟아내는 고객들이 꽤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억지를 부리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감정적 공격을 하는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직원 분들은 얼굴에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병원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침마다 우리 한의원의 직원들과 나누는 티타임 시간에는 이런 감정 공격자가 한의원에 오면 ‘마음이 아픈 환자’ 라고 생각하자고 얘기한다. ‘이 사람들도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있을 텐데 다만 환경이 좋지 않아 감정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니 저렇게 예민한 것이라고.’ 사람에게 상처받은 애완동물은 동물 보호단체 직원이 와도 날카롭게 경계하기 마련이니 힘들더라도 우리가 이해하자고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한다.

이런 환자분들도 부모가 있고 이 사람들을 지켜주는 신(神)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음이 아픈 환자라고 생각하면서 보살펴주면 우리가 덕(德)을 쌓는 것이라고 우리 직원들에게 얘기하면 다행히 우리 직원들의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진다.


사람은 영혼의 성숙을 위해 육체라는 우주복을 갖고 지구라는 별에 태어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영혼의 성숙이 많이 되어 태어난 인생은 과거의 윤회동안 배운 지혜를 세상에 베풀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가르침을 주면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인생을 살 것이다. 반면에 아직 배워야 할 숙제가 많은 영혼이 태어나면 많은 시행착오와 고난을 통해 인생의 가르침을 배워나가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 경험 하는 모든 것은 나의 인생 숙제다. 미룰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다. 모습만 바뀔 뿐이지 반복적으로 나에게 나타난다. 이런 숙제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묵묵히 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많은 숙제를 해결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것 같다. 영혼의 성숙을 위한 그 숙제가 때로는 힘겹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우리는 이번 인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 스스로는 얼마의 윤회를 통해 태어난 인생일까? 나의 인생에서 숙제는 무엇일까?’를 종종 생각해본다.’ 이런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면 ‘한의사니까 한의대에서 배우는 내용인가? 혹은 혼자 공부한 내용인가’ 라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런 생각을 나의 신념(信念)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 신념의 일부를 함께 공유하는 이번 칼럼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일부나마 공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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