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꿈을 통해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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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꿈을 통해 소통한다
  • 승인 2016.05.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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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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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시간이탈자
감독 : 곽재용
출연 :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은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처럼 어디서 한 번 쯤 본 듯한 이야기들일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도 찾아보면 어딘가에 비슷한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간혹 몇몇 작품들은 표절 시비가 일어나고,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헛갈릴 때가 많다.

1983년 1월 1일,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은 같은 학교 동료이자 연인인 윤정(임수정)에게 청혼을 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다. 2015년 1월 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역시 뒤쫓던 범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30여 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병원으로 실려간 지환과 건우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나게 되고,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한다. 두 남자는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서로가 다른 시간대에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건우는 꿈 속에서 본 지환의 약혼녀 윤정과 놀랍도록 닮은 소은(임수정)을 만나게 되면서 운명처럼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이 자유로운 예술이기 때문에 우리가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표현했을 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유난히 ‘타임 슬립’ 형태의 시간 여행과 관련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어 지고 있다. 특히 이전 영화들이 단순히 과거와 현재, 미래 등을 오고가는 형태의 이야기들과 달리 최근에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시간이탈자>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서로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작년에 개봉한 영화 <더 폰>을 비롯하여 올 초 안방극장에 큰 충격을 줬던 <시그널>이라는 드라마와 <시간이탈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휴대폰, 무전기, 꿈이라는 소통의 매개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입장에서 진부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로인해 <시간이탈자>는 충분히 좋은 영화적 소재임에도 얼마 전 봤던 <시그널>과 비슷한 구성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클래식>이라는 영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영화를 연출했던 곽재용 감독이기에 <시간이탈자> 역시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1인 2역을 소화해내는 임수정과 본의 아니게 경찰인 이진욱보다 더 몸을 많이 쓰는 조정석 등의 연기가 조화를 잘 이루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지만 달달한 멜로의 느낌을 맛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초반에 보여줬던 강한 몰입도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힘이 빠지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디테일하지 못한 이야기 구성 등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결말만큼은 모든 관객들을 흡족하게 할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앞으로도 또 다른 형태의 시간 여행자들에 대한 영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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