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시평] 현대 한의학과 소통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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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현대 한의학과 소통의 의미
  • 승인 2016.06.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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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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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아닌 외부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듣는 말들이 있다.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한의사들은 특이해요.’ ‘한의원 안에서는 독불장군같아요.’ ‘허하다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믿어보는 거죠.’ ‘한번 한약 먹어봤는데 효과가 없어서 이제는 안먹어요.’ ‘체질을 물어봤더니 말이 다 달라서 믿을 수가 없어요.’....

한의사들은 사회와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의사는 현대의 환자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무슨 효과가 있는지 잘 알 수 없는 신비한 치료를 한다. 또한 한의사들끼리도 각각 생각하는 바가 달라 진단도 일치하지 않고 어떤 치료를 왜 하는지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소통에는 내부의 소통과 외부와의 소통이 있다.

한의대생은 교과서로 공부하고 한의대의 커리큘럼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관을 세우기 위해 각자 나가서 경험을 쌓아야 하며 병원수련을 받는 한의사는 소수이다. 한의사들도 각자 따로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배워야 하며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학회를 하지만, 기초에서 발표하는 것을 임상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으며 임상에서 관심있는 것을 기초에서는 연구하지 않는다.

같은 원방우황청심원/공진단이라는 이름을 쓰는 처방이지만 이 한의원과 저 한의원의 구성약재와 용량이 다르고 같은 사람을 보고 소음인/태음인이라고 진단이 다르며, 똑같은 증상을 보고도 위염이라고 하거나 관격이라고 하거나 나만의 용어인 담적이라고 하는 등 각자 다른 용어를 쓴다.

환자 치료한 케이스를 설명해도 같은 한의사들끼리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이 되지를 않는다.

그러나 이제 한의사가 자기만의 성에 앉아서 마음 편하게 찾아오는 환자들만 보아도 되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사회는 소통의 사회이다. 한의사들이 실제 사회 안으로 나가서 보험에 적용되는 치료들을 하고,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이다.

한의사가 쓰는 약재들은 대한민국약전 및 공정서에 수재된 규격품으로 제약회사에서 제조된 것이어야 하며, 한의사의 치료가 효과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이 아닌 임상에서 입증해야 하며, 그것을 논문으로 발표하여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 근거를 기반으로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관련 산업과도 밀접히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차원의 소통이 필요하다. 12개 한의과대학 사이의 커리큘럼 등과 병원교육 등의 소통, 기초연구와 실제 임상 사이의 소통, 한의사들 사이의 소통으로는 보수교육과 임상한의사들의 관심사를 살린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학회활동, 정부와 한의약계의 소통, 대한민국약전과 규격집 등의 공정서를 알고 개정하고 이용하는 소통, 산업계와 협력하여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소통 등등.

최근 원외탕전실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소통을 더욱 필요하게 하고 있다.

이 처방은 어떻게 구성된 것인지, 내가 어느 약재를 사용하여 약을 다릴 것인지 어떻게 다릴 것인지 나만 알면 되던 것이 이제는 외부에 알려주거나 그쪽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내가 알아야 한다.

보험에 적용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청구한다고 급여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해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한약이 왜 국민건강에 보탬이 되는지 이것이 보험에 적용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이 환자에게 이 치료를 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다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처방을 개발하거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도 이제는 나만 꼭 쥐고 있는 것보다 공개하고 공유하여 더 시장을 넓힐 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도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학회가 이런 공유와 소통의 장이 되어 모두들 즐겁게 학회에 참석하고 발표하고 질문하고 배우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이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환자는 내가 보지만,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다른 한의사들과 서로 이해할 수 있게 치료해야 하며, 간호사와 소통하고 약업사와 소통하고 환자와 소통하고 심평원과도 소통해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한의학을 이해시키고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소통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통을 통해 표준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의약에 대해서도 국내 표준만이 아니라 WHO, ISO/TC249 등 국제활동을 통해 국제표준까지 만드는 세상이다.

한의사들이 같은 교과서로 배워 공통의 지식이 있고 같은 경험을 갖고 공유해야 그 위에 공통의 무언가를 쌓아나갈 수 있으며 발전이 있을 것이 아닌가. 국민들에게 같은 용어를 써서 설명해 주어야 한의약에 대한 상식이 점점 확대될 수 있으며 이러한 질환은 이렇게 치료한다는 표준이 있어야 환자가 용한 한의사를 찾아다니는 대신 이 질환은 한의원에 가면 이렇게 치료해 주는데 효과가 좋더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 아닌가.

치료효과를 보여주고 설명해 줄 수 있어야 의사들이 같은 의료인으로 인정하고 협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부터 5년 넘게 본 지면에서 한의사와 한약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한약을 전공한 한의사로서 이대로는 한약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판단되어 주제넘지만 어떻게 되든지 간에 한번 글을 써 보자고 생각하였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한의사들이 각자의 성에서 이렇게 무지한 상태에서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으니, 열리건 안 열리건 한번 현대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차게 두드려보고 싶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나름 힘들게 쓴 시평들이 한약에 대한 현실인식을 높이고 소통을 도와 현대한의학의 시대가 좀 더 가까워지는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기쁘겠다. 이렇게 귀한 지면을 빌어 한의사들과 50회나 소통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현대사회를 사는 한의사들의 현대한의학의 시대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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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2016-08-29 15:32:38
한약W

로즈마리 2016-08-29 15: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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