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미장센과 여배우들의 연기에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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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미장센과 여배우들의 연기에 엄지척!
  • 승인 2016.1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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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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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아가씨

2016년도 12월로 접어들면서 달력 한 장을 남겨 놓았다. ‘벌써’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지만 이제 남은 한 달 동안 여기저기서 올 한 해를 정리하는 행사를 갖듯이 우리도 천천히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해도 많은 관객들을 울리고, 웃게 했던 한국 영화계도 각종 영화제를 통해 2016년에 개봉했던 영화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그 중 최근에 개최되었던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자신인상, 미술상 등 3관왕을 차지한 <아가씨>는 개봉 전과 개봉 후 많은 이야기꺼리를 제공했던 영화로 2016년 한국영화를 정리하면서 되짚어 보고자 한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에게 새로운 하녀인 숙희(김태리)가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아가씨>는 2002년에 발간 된 세라 워터스의 장편 소설인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19세기 영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며, 2005년에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이를 자신만의 확고한 연출 스타일로 호불호가 나뉜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한다고 해서 반신반의하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워낙 독특한 원작으로 인해 관객들의 기대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6월 개봉한 <아가씨>는 역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미장센을 선보이며 영화 속 또 하나의 캐릭터인 시대적인 공간을 제대로 표현했고, 신인 배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한 연기를 해 낸 김태리와 물 오른 연기력을 보여준 김민희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개봉 전 뜨거운 관심도에 맞게 4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그러나 <아가씨>는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던 레즈비언의 성적인 장면들로 인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남성들의 속박에서 벗어난 여성들의 반전 이야기보다는 동성애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며 영화 속 비속어 대사 등과 함께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기존 영화에서 보기 힘든 내용을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를 관람하는데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가씨>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개개인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다 알고 있는 사건으로 인해 직접 수상을 하지 못한 김민희 덕분에 개봉 후에 더 유명해진 <아가씨>이지만 제목답게 여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은 연기만큼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으며, 2016년 칸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두 편 이상 봤고, 그의 연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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